6년째 열애중이라니. 꼬박 6년이라는 시간을 한 남자만 바라보고 살았다는 사실이 참으로 대견하지는 순간이다. 말이 6년이지 꽃다운 시절의 기억이 온통 한 남자와의 기억으로 빼곡하다는 것이다. 사진첩 빼곡히 둘이 찍은 사진들이고 그 속에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안 가본 곳이 없었다. 친구들은 저 부부는 언제 갈라서냐고 농담 삼아 이야기 하지만 그것도 다 풍경처럼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리라.
2월 14일 남자친구의 생일이자 밸런타인데이인 겹경사의 날. 너는 매년 불공평하다고 입을 삐쭉 내밀었다. 남자친구의 생일선물과 동시에 초콜릿을 만들어 주기 위한 장을 보러 나섰다.
“야, 너네는 아직도 이런 거 주고받니? 이젠 이런 것쯤 그냥 넘어가도 될 때 아니야? 무슨 사귄지 100일, 200일 된 것도 아닌데.”
“무슨 소리, 오래 사귀면 뭐 연애감정도 없는 줄 알아? 우리도 다 이런 거 주고받으면서 하하 호호 하거든?”
최고로 예쁜 모습에 초콜릿이랑 선물까지 준비했다. 함께 지나온 시간들이 늘어날수록 차곡차곡 쌓이는 기억들이 사진첩에 남은 사진들처럼 선명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많이 성장해있는 모습에 가끔은 깜짝 놀라기도 했다.
지금은 서로의 얼굴을 보고 눈을 맞추고 손을 잡으면 따뜻하고 편했다. 가끔은 풋풋했던 대학시절 이름만 불러도 얼굴이 빨개지던 때가 그리울 때도 있다.
그렇게 꼬박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드디어 너에게서 연락이 왔다. 넌 언제나 특별한 날 우리가 갈 곳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
“나 오늘 어때? 예뻐? 이거 네가 만난 지 4년 될 때 사준 원피스잖아. 어때?”
“여전히 예뻐.”
남자친구는 이렇게 참 세심했다. 그냥 예쁘다고 했어도 물론 좋았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예쁘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늦은 시간에 만나자고 한 거야? 난 오늘 하루 종일 만나서 놀려고 시간 다 비워놓고 기다렸는데. 혹시 나 몰래 어마어마한 이벤트라도 준비한 거 아니야?”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는데 차가 세워진 곳에는 정말 화려한 동화 속 세상처럼 온통 반짝이는 불빛이 가득했다.
무지개, 하트, 나무들은 화려한 불빛으로 환하게 빛났다. 잠시 아무 말도 없이 눈앞에 펼쳐진 풍경들을 바라보았다.
“멋져. 정말 아름답다.”
불빛으로 물든 놀이공원 곳곳에는 지난 6년간 함께 했던 시간을 꺼내 보여주기라도 하듯 둘이 찍은 사진들이 예쁘게 놓여있었다. 만나고 처음 싸웠다가 화해한 날, 남자친구가 말없이 집 앞에서 나를 기다려주던 날, 처음으로 공포영화보고 펑펑 울던 날, 내가 준 선물 받고 좋아하는 네 모습 등 평범하다고 느꼈던 하루하루가 특별한 공간에 모여 있으니 지난 6년이라는 시간이 덩달아 특별해지는 느낌이었다.
남자친구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불빛으로 가득한 회전목마 앞이었다.
“우리 결혼하자. 네 말대로 우리 벌써 6년이라는 시간동안 함께 지내왔잖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주변을 밝히는 불빛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꺼져있던 불빛이 다시금 환한 빛을 받는 듯했다.
남자는 장미꽃 한 다발을 내밀었다.
“반지는 내가 알아서 찾으면 되는 건가?”
손을 맞잡으며 힘차게 돌아가는 회전목마를 바라보며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