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곰과 호랑이는 아옹다옹합니다. 서로 자신이 더 우위에 있다며 형님이라고 부르라는 것이지요. 곰은 단군시대부터 호랑이보다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고 호랑이는 한반도가 호랑이 형상을 띄고 있으니 자신이 곰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곰과 호랑이의 싸움을 보다 못한 밤나무가 제안을 하나 하였습니다. 우리 마을 숲속 동물친구들 앞에서 공주에 전해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서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동물이 형님이 되는 것이었지요.
곰과 호랑이 둘 다 밤나무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다음날 정오가 되자 밤나무 주위로 동물 친구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밤나무를 사이에 두고 빙 둘러앉은 동물친구들도 곰이 이길지 호랑이가 이길지 의견이 분분하였지요.
먼저 곰이 어깨를 으쓱하며 나섰습니다.
“에헴,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아주 먼 옛날 연미산 강 건너에 홀로 외롭게 살고 있던 암곰 한마리가 있었어. 늘 외로움에 떨며 캄캄한 동굴 속에 살았지. 그런데 어느 날 강 나루터 근처에 나무를 하고 온 나무꾼이 목을 축이려고 강가로 내려오는 게 아니겠어? 물고기를 잡으러 강가로 나갔던 암곰이 글쎄 그 나무꾼을 데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캄캄한 동굴 속으로 들어갔어.
목숨을 잃을까 두려웠던 어부는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암곰이 자신을 헤치지 않고 먹을 것을 물어다 주고 살뜰히 대해주는 게 아니겠어? 그래도 나무꾼이 도망을 갈까 두려웠던 암곰은 동굴의 문을 굳게 닫고 열어주지 않았어.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나무꾼은 조금씩 암곰에게 마음을 열고, 정을 나눈 암곰과 나무꾼은 자식도 낳고 오순도순 살았지.
쯧쯧쯧, 그런데 암곰이 사람을 너무 많이 믿었던 거야. 나무꾼이 인간세상을 그리워하는 줄 몰랐던 거지. 어느 날 암곰이 물고기를 잡으러 강가로 나간 순간, 나무꾼은 열린 동굴 문을 통해 통나무배를 타고 도망을 쳤어. 물고기를 잡다 장면을 목격한 암곰은 새끼 두 마리를 안고 나무꾼에게 도망가지 말라고 애원을 하였지.
하지만 나무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배를 타고 떠났고, 암곰은 자식들을 품에 안고 강물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네.
어때? 구슬프고도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닌가? 그러니 내가 저 호랑이놈보다 형님이 되는 것이 맞지!”
곰의 이야기가 끝나자 동물 친구들은 슬픈 이야기에 훌쩍거리며 곰이 형님이 되는 것이 맞지! 하며 곰의 편을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자 호랑이도 질세라 크르렁 거리며 동물들 앞에 나왔지요.
“어허! 내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고! 다들 잘 들어봐.
옛날 계룡산에 한 중이 작은 암자를 짓고 도를 닦고 있었어. 그런데 절 밖에서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겠어? 문 밖으로 나가보니 호랑이가 고통스러운 소리로 울부짖으며 목을 바닥에 비비는 거야. 가까이 다가가보니 호랑이 목에 큰 비녀가 걸려 있었어. 스님은 고통스러워하는 호랑이의 목에서 비녀를 빼주었지. 호랑이는 고마움을 표하고 유유히 사라졌어. 호랑이가 다녀간 다음날 또 문밖에서 기척을 느낀 스님이 밖을 나가보니 어제 그 호랑이가 웬 처녀를 물어다 놓고 재빨리 사라지는 것이었어. 정신을 잃은 처녀를 방으로 옮겨 정성껏 돌보아 주었지.
정신을 차린 여자는 혼인을 앞둔 양가의 처녀였어. 저녁에 뒷간에 갔다가 정신을 잃었다고 하였지. 스님은 처녀를 본가에 데려다 주었지만 자신을 구하여 준 스님을 따라 불도를 닦으며 일생을 보내기를 소원하였어. 처녀의 어버이도 하는 수 없이 허락하였고 스님 역시 간곡한 청을 뿌리칠 수 없었지. 그렇게 처녀와 스님은 의남매를 맺고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열반에 올랐다는 군.
어때! 내 이야기가 더 흥미롭지 않아? 그러니 저기 저 곰보단 내가 형님이 되는 것이 옳아!”
곰과 호랑이의 이야기가 끝나자 동물친구들은 의견이 분분하였습니다. 결국 투표로 진행하게 되었답니다. 호랑이 하나, 곰 하나. 그렇게 투표가 진행되었습니다. 마지막 표를 하나 남겨두고 호랑이와 곰의 투표는 동점이었지요. 마지막으로 표를 열어보니 호랑이와 곰 중간으로 기권이 나온 것입니다. 그렇게 곰과 호랑이의 승부는 오늘도 무승부가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로 공주 마을의 이야기 왕이 되기 위한 내기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