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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하고 또 칠한 듯 벗겨진 틈 사이로 또 벗겨지고 있다. 겹겹이 두른 껍데기가 전부 사라지면 다시 칠해질 수 있을까, 하면서.
연꽃밭 한가운데에 정자 하나, 자리를 지키고 섰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시간 속에서 진흙에 잠긴 발만 동동.
어두운 바다 아래에서 건져 온 선명한 빛깔들. 무엇이든, 들여다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임을 배운다.
어디까지 보일까, 어디까지 날아가 닿을까. 위태로운 시선을 닮지 못함이 아쉬운 것은 무슨 까닭일까.
한 사람의 손 끝에서 어찌 이리 다양한 빛깔이 필 수 있는 것인지. 정갈하고 정성스러워 젓가락 드는 일을 잠시 멈추어 본다.
이름 때문일까 소나무마저 황금빛으로 빛나는 이곳에는 유독 그림자가 짙다.
아무리 사소한 흔적이라도 지나치지 말 것. 그것이 흔적으로 남기 위해 지나쳤을 시간은 치열했으므로.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는 이가 있을까. 아직도 선명한 그의 자취가 신기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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