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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마다 노란 잎 다 떠나가고 앙상해진 줄로만 알았는데 어느새 눈부신 잎이 돋았네. 어느 틈에 햇빛을 틔운 건지.
거대한 시간의 흐름 앞에 남은 것은 사념의 대리석 한 조각. 유독 짙다. 그대들의 그림자가.
머리 위를 가득 채우기에는 아직 서툰 그늘. 팔을 뻗으려 열심인 모습에 그저 웃을 뿐이다.
창 밖의 무엇을 내다보고 있는지, 올망졸망한 모양새에서 아이의 시선이 엿보인다.
이곳을 걸으며 길이 좁음을 탓할 이가 있을까. 나무 사이를 비껴 길이 열렸다.
연잎 아래 무엇이 숨어있을까. 투명한 것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마음이 아쉽다.
배웅을 준비하는 금강루의 아름다움 때문인지, 향내 가득한 곳을 떠나기 전에 자꾸만 발걸음이 멈춘다.
수십 년이 지나도 좀처럼 바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좁은 골목 안에서 부대끼면서도 좀처럼 불평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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