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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먼 곳, 오랜 세월 어둠을 먹으며 완성된 너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태양의 맛을 지녔구나.
비석과 석상 사이를 지나다 눈을 의심했다. 젖줄 같은 넝쿨 끝에 덩그러니 놓인 수박 하나.
주위를 감싼 소나무가 시야를 가려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것 자체가 풍경인데도.
성벽이었을 돌무더기 위로 구름이 둥실 넘어간다. 무엇을 지켜야 할지도 모른 채 그저 경계를 그리면서.
자그마한 소원들이 저만큼이나 쌓였다. 비바람에 무너지지 않는 것이 신기할 따름.
물의 끝자락이 조심스레 그려내는 지도. 따라가면 무엇이 나올지, 어린애처럼 설레는 마음.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소금기 어린 바닷바람에 흩날리는 건 나뿐인 줄 알았는데.
어디까지 이어지고 있는지 감히 짐작하기가 어렵다. 묵묵히 따라 걷다 보면 무엇이 나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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