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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게 저물어가는 저녁, 오래 된 성당 앞을 밝히고 선 등 하나가 아름답다.
하나하나 뜯어 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돌인데.
낯익은 이름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다가선 자리. 빼곡한 글자들이 풍기는 향긋한 냄새에 눌러 앉고 만다.
꽃 위로 피어난 것이 어찌 이리도 많을까. 꽃인듯, 아닌듯, 고민하는 시간이 즐겁다.
물이 고여도, 잎이 젖어도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물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너무나 좋아하기에 오랫동안 곁에서 떠다니고 싶을 뿐.
멀리, 닫히지 않는 문이 열렸다. 벽이 없는 집으로 들어서고 나서는 발걸음이 묘하다.
문을 넘으면서 생각한다. 여느 집과 다르지 않다고. 마루 위 바싹 타들어가는 뿌리라든가, 어설프게 놓아둔 화분이.
저 돌탑보다 네가 낮은 이유는 덜 간절하기 때문이 아니라 높은 곳에는 오르지 않고 소원을 바라는 이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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