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 닿아 깨어나는 예술혼
- 인천광역시 서구 -
향기가 새어나올 것 만 같은 부드러운 곡선에 마음이 심히 울렁거립니다. 직선에 익숙하던 마음이 물길을 닮은 곡선에 시선을 빼앗겨 한동안 자리에 머물게 합니다. 옛것이라 함이 가져다주는 고고한 멋은 번잡하던 마음도 이내 차분해지고 경건하게 만들기 마련이지요. 투박하게만 보이던 손이 부드러운 흙에 닿아 꽤나 섬세해지며 하얗게 예술혼이 피어나는 곳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은 ‘녹청자 박물관에서 곡선을 닮은 예술혼을 느끼고 돌아오라’입니다.
가볍게 고개만 돌려봐도 보이는 것들은 온통 직선의 네모난 것들뿐이다. 직선의 날카로운 것들을 좇아 마음도 함께 날카로워 질 때면 인천 서구 경서동으로 가자.
“눈부시기도 하겠지. 이게 얼마만이야? 방에만 있는 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고, 콧속에 바람도 좀 넣고 해야 정리가 되던 결정을 하던 하지. "
"자, 이렇게 마음이 복잡할 땐 인천 경서동으로 가는 것이 최고야, 가서 제 그 번잡한 마음도 좀 구불구불하게 만들고 오자.” “경서동? 구불구불?”
녹갈색의 불투명한 조질 청자를 보고 있노라면 위엄 있는 무게감 보다는 친근함이 먼저 든다.
“녹청자 박물관이잖아! 웬 박물관이람. 그런데 삼강청자나 백자는 들어봤는데 녹청자는 조금 생소한데? 그리고 녹색보다는 갈색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하고.”
“녹색과 암갈색이 은은하게 섞여있지? 무엇보다 화려한 청자나 백자보다는 조금 친근한 느낌이 들지 않아? 그건 고려 전기시대 이후 생활용품 등으로 생산되어서 그런 걸 거야.”
투박하고 거친 표면임에도 불구하고 이내 곡선이 가져다주는 편안함에 마음이 놓인다. 흙의 부드러움과 손길이 닿아 만든 길에서 또 무엇이 느껴지는가?
“그런데 생각보다 투박하다. 다른 고려청자들은 깨끗하고 화려한 반면에 표면도 거칠고.” “그게 바로 녹청자의 매력이지. 그런데 이렇게 도자기를 바라보고 있으니 화려하면서도 소박하고 차가운 것 같으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들어.”
“제대로 느끼고 있는 거야. 흙의 따뜻함과 장인의 섬세한 손길이 참 아름답지?”
도자기 하나 만드는 데도 여러 도구들과 방법으로 손을 거친다. 그렇기에 그릇을 빚는 이의 마음은 도자기를 굽는 가마의 온도만큼이나 뜨겁지 않을까?
“도자기 하나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칠까?”
“생각보다 복잡하더라고, 쓰이는 도구도 많고. 우선, 자연에서 채취한 흙을 고르고 틀을 잡은 뒤 건조하고 모양을 잡은 뒤 초벌과정과 시유, 재번을 거쳐야 비로소 선별 후 진짜 도자기가 완성된다고 하더라고. 그릇을 빚는 순간순간 장인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한줌의 흙이 뜨거운 가마에서 새로운 식기로 다시 태어날 때의 순간, 그 뜨거움을 바탕으로 한 근본을 생각해본다. 그 정도의 뜨거움의 열정과 혼이 우리에게 있던가?
“저기 가마터가 있다. 온기는 사라진지 오래지만 어쩐지 가까이가면 뜨거울 것 같아. 옹기장이의 마음처럼”
“그러게. 이렇게 가마터를 바라보고 있자니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나는 이 정도의 뜨거움으로 무엇인가에 열심을 다한 적이 있나 싶기도 하고.”
비슷한 크기의 옹기들이 모여 있다. 옹기라는 이름에서 정겨움을 느끼고 그 모양새에서 또 한 번 친숙함을 느낀다.
“옹기들이 모여 있네. 마치 시골 할머니댁에 온 것 같아. 옹기에 잘 익은 장은 없겠지만 어쩐지 시골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게, 이름도 ‘옹기’라는 게 참 귀엽고 정겨워. 옹기라는 이름에서도 딱딱함이 없고 둥글둥글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전시 관람으로 문화를 즐기고 체험으로 또 다른 문화를 즐길 수도 있다. 도자기 만드는 법을 체계적으로 배우며 집중력과 마음의 곡선을 동그랗게 그려나간다.
“아까 팜플랫 보니까 일일 도예체험도 가능하다던데, 오늘 만들고 가보자. 도자기 만들면서 마음도 좀 추스르고 집중력도 키우고, 어때?”
“아까 제작과정 보니까 꽤 손이 많이 가던데, 잘 할 수 있을까?” “그럼, 자, 이 투박한 두꺼비 손이 얼마나 섬세하게 곡선을 그려나가는지 볼까?”
나무에 동그랗게 나이테가 쌓이는 것이 다만 세월의 흐름 때문일까, 나무가 자라고 자라는 데 인내하고 견뎌낸 마음의 곡선이 아닐까?
“과거로의 시간여행 어땠어? 박물관으로의 여행이라고 따분하다고만 여겼겠지만 생각보다 괜찮았지?”
“그러네, 집중하면서 마음도 비우고 내 마음도 차분해지면서 정리가 되는 것 같아. 무엇보다 그릇을 빚는 다는 마음에 얼마나 큰 예술혼이 깃들어 있는지도 알고 말이야.”
세상의 욕(慾)을 좇는 마음이 하늘높이 치솟아 마음의 탈출구가 필요하다면 가끔은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습니다. 탐욕이나 물욕도 없이 오로지 정신 하나만으로 만들어내는 도자기는 박리다매로 찍어내는 생산품에서 느낄 수 없는 혼(魂)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손끝에만 집중하던 장인의 손길에서 자신의 마음속에 잠자고 있던 예술혼을 피워보는 건 어떨까요? 직선을 닮아가던 마음이 한결 곡선을 닮은 부드럽고 정겨운 마음으로 자연스레 변화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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