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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홍빛 추억으로 물결치는 산사의 서곡

    선홍빛 추억으로 물결치는 산사의 서곡

    지역전라남도 함평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선홍빛 추억으로 물결치는 산사의 서곡

    • 프롤로그
    • 1.화엽불상견 상사초
    • 2.가련한 꽃망울을 틔우다
    • 3.애절한 사랑의 징표일까
    • 4.꽃무릇, 조금 특별한 화려함
    • 5.애틋한 상사의 몸짓
    • 6.동백골에서 만난 풍경
    • 7.가을 빛에 잠시 몸을 적시며
    • 8.초록 숲, 붉은빛 군락
    • 에필로그

    선홍빛 추억으로 물결치는 산사의 서곡

    - 전라남도 함평군 -

    가을이 붉게 피어나자마자 무모하게 떠난 길. 서산을 지날 즈음부터 차창에 물방울이 부딪기 시작합니다. 전남 함평의 불갑산 자락 용천사에 도착해 길을 나서니 주위가 온통 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빨간 가을을 피워내는 꽃무릇이 무리를 지어 부도밭 주위로, 낮은 토담 옆으로 붉은 융단을 깔아놓았을 것 같은 기대감에 벅차오릅니다. 그렇습니다. 가을날 붉게 물든 꽃무릇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맘껏 만들고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은 바로 ‘용천사에서 화려한 가을, 추억을 붉게 수놓아라!’

    이파리 하나 없는 기다란 연녹색 꽃대 위에 가는 꽃잎과 실타래 같은 수술이 서로를 섞어 붉은 화관을 이루는 꽃무릇을 마주한 감회는 어떠할까?

    “가녀린 꽃대 하나에 의지해 툭툭 터져 갈라진 꽃송이는 가볍게 이는 바람에도, 한 두 방울의 빗방울에도 흔들리며 ‘슬픔의 노래’를 부르는 듯해.”

    “꽃무릇은 한 뿌리이면서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해 ‘화엽불상견 상사초(花葉不相見 想思草)’의 아련함으로 회자되는 꽃이라지?”

    여름철 칠석 전후해 분홍이나 노란꽃을 피우는 상사화와 함께 꽃무릇을 슬픈 사연의 ‘상사화’란 큰 범주에 가두곤 한다. 어떤 사연이 있기에 그럴까?

    “꽃과 꽃대가 지고 나면 땅에서 맥문동 비슷하게 생긴 잎이 솟아나 눈 속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 지나 이 잎이 사그라들면 또 꽃대가 솟아올라 빨간 꽃을 피운대.”

    “이 가을, 그렇게 슬퍼야만 할까? 붉은 입술 같은 꽃잎과 속눈썹처럼 가냘프고 긴 꽃술의 화려함에서 기어코 가련함을 끄집어내야 하는 걸까?”

    유독 절집 근처에 많이 피어나는 꽃무릇. 전라도 오래된 절집들에 이 꽃이 밀생하는 터라 몇 가지 이야기도 있다고.

    “맞아. 그러고 보니 한 여인과 스님의 슬픈 이야기, 혹시 들어봤니? 세속에선 절과 꽃무릇의 관계를 스님이 한 여인을 그리워하다 죽어 꽃이 되었다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지?”

    “나는 다른 이야기를 알아. 한 여인이 스님을 연모하다 승방 앞에서 죽어 꽃으로 피어난 이루지 못한 애절한 사랑이야기. 뭐가 정답인 걸까?”

    꽃무릇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마음이 든 건 용천사에서였다. 땅에 무릎을 대고 코를 가져가보기도 하고 꽃의 화려함을 가까이서 관찰도 하자.

    “테마파크의 꽃밭 흉내 내듯 커다란 정원을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 절의 꽃무릇은 본래 제 자리에서 본래 제 표정만큼의 주홍으로 피어 있어 화사하고 푸근하구나.”

    “하지만 절에 피는 꽃치고는 요사스럽게 느껴질 만큼 화려한 것도 아니야. 가늘게 갈라져 거꾸로 뒤집힌 붉은 피침 무리 가운데 핏빛 꽃술이 날카롭게 박혀 있는 모습이 아찔해.”

    단전에 써진 ‘화엽불상견’, 즉 꽃은 잎을 보지 못하고 잎은 꽃을 보지 못한다는 글귀는 마치 선방의 화두 같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붉은 꽃이 지고 꽃대까지 문드러지고 나서야 잎이 난다지. 꽃 진 곳을 더듬듯 잎은 바닥에 엎디어 자라. 파릇한 모습으로 겨울을 난 잎은 초여름 모두 말라 죽고 그리고 그 죽은 자리에, 다시 한 가닥의 꽃대가 밀려 올라온다는…석산 꽃무릇 얘기인가?”

    “이 애틋한 상사의 몸짓을 해마다 반복한다는 건가?”

    용천사 경내를 지나 시작된 오솔길로 가는 길은 오르막이 제법 가파르다. 허벅지가 팍팍해져올 즈음 능선 위에 올라서면 어떤 비경이 기다릴까?

    “야생의 꽃무릇과 이제 색이 바래지기만 기다리는 절정의 초록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 이제부터 시작되는구나.”

    “이제부터는 동백골의 아름다운 계곡을 끼고 편안히 내려가기만 하면 돼. 용봉, 구수재, 동백골로 해서 불갑사까지 이어지는 이 오솔길을 얼마나 걸어보고 싶던지.”

    꽃무릇을 보겠다고 전국에서 북북 사람들이 몰려든다. 꽃 피는 시기 때문이다. 머리 위 잎사귀는 아직 푸른데 무릎 아래에서 떼 지어 번지는 핏빛 가을이 있어서일까?

    “이 꽃이 전라도 땅에 주로 자란다지? 그것도 여염이 아니라 절집 언저리의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그래서 이 꽃을 찾아 떠나는 발걸음에 일찍 가을의 빛에 몸을 적시고픈 조바심이 나는 걸까?”

    “모르긴 몰라도 어딘가 짠하기도 한 게 예쁨을 받을 일은 드물었을 것 같아.”

    동백골 계곡을 따라 딱 계곡물의 폭만큼 바로 옆으로 꽃무릇이 흐드러지게 피어 빨간 꽃물결로 흐른다. 초록의 숲속에서 도드라진 꽃무릇의 아름다움의 깊이를 감상해보자.

    “아담한 벤치가 군데군데 놓인 산책로가 꽃무릇 군락을 끼고 잘 만들어져 있네. 뒤돌아보니 길가 나무그늘 아래마다 온통 꽃무릇 군락으로 빨갛게 달아올랐어.”

    “정말 이 숲에서도 꽃무릇의 아름다움은 도드라질 수밖에 없구나. 허전함을 달래려 왔던 숲길 여정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이 마냥 행복하다.”

    용천사의 푸른 하늘에 맞서 붉게 피어난 꽃무릇은 불갑사로 가는 계곡과 오솔길옆을 수놓는 시기가 있습니다. 가을 야생화가 핀 산자락을 꽃무릇이 운치 있는 화원으로 바꿔놓는 그맘때 숲을 나온 꽃무릇은 불갑사 저수지에서 또 다시 변신합니다. 하지만 향은 거의 없고 요사스럽게 느껴질 만큼의 적당한 화려함도 여전합니다. 꽃무릇의 불상견(不相見), 너무 가까이 있으면 오히려 미워질 수 있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받들고 있는 것일까요? 백제 무왕 때 창건된 용천사, 사찰로 들어서는 길에서 여러분이 발견한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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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흰 깃처럼 아름다운

    흰 깃처럼 아름다운

    지역인천광역시 옹진군 편집국        사진옹진군청 2017-02-15 호감도

    흰 깃처럼 아름다운

    • 프롤로그
    • 1.전설로 여는 이야기
    • 2.이름에 얽힌 비밀
    • 3.백령도 가는 길
    • 4.콩들이 한 가득!
    • 5.심청이의 섬
    • 6.청이의 흔적들
    • 7.물범이 사는 곳
    • 8.바위가 빚은 절경
    • 에필로그

    흰 깃처럼 아름다운

    - 인천광역시 옹진군 -

    인천 옹진군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유인도 25개, 무인도 75개의 100개의 섬입니다. 100개의 섬이 제공하는 100가지 경관은 옹진군의 가장 큰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북한과 인접한 이곳은 서해 최남단 지역이기도 합니다. 신도, 시도, 모도로 이루어진 트래킹 코스와 부아산에서 송이산으로 이어지는 등산 코스, 선재도의 갯벌체험 등 즐길 거리가 가득한 곳, 옹진군. 하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히는 것은 백령도의 절경입니다.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백령도의 매력을 속속들이 알아내라!’

    백령도에는 오래 된 전설이 하나 전해져 내려온다. 황해도의 가난한 선비와 고을 원님의 고명딸의 사랑 이야기가 이곳에 있다고 하니, 한 번 들어볼까?

    “이 가난한 선비는 원님의 하나 밖에 없는 딸과 사랑에 빠졌는데, 이를 원님이 매우 싫어했다고 해. 결국 원님은 딸을 먼 외딴 섬으로 쫓아 보냈는데, 선비는 그곳이 어딘지 알 길이 없었지. "

    "그러던 어느 날, 선비는 백조의 꿈을 꾸었는데 이 백조가 힌트가 되어 장산곶에서 배를 얻어 타고 백령도로 향했다고 해. 그곳에는 꿈에 그리던 처녀가 있었지.”

    선비는 어떻게 처녀를 찾아내었던 것일까? 바로 백령(百翎)이 흰 날개를 이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 이름에 대한 비밀도 한 번 풀어보자.

    “백령도는 예로부터 철새의 보금자리였단다. 백령도의 고구려 때 이름은 곡도인데, 곡이라는 말은 바로 고니에서 온 말이지. 그래서 백령도는 백조의 고향이라 불리기도 했단다.”

    “새하얀 백조가 백령도를 뒤덮고 있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마음이 설레요.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었을까요? 오늘 만나 볼 백령도도 그렇게 아름다웠으면 좋겠어요.”

    ‘서해 최북단 백령도’라는 글씨가 선명한 비석이 사람들을 반긴다. 인천 연안부두 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소청도와 대청도를 거치면 그곳이 바로 백령도.

    “멋진 바위들이 정말 많아요! 저 바위에는 꼭 특별한 이름이 붙어 있을 것만 같은데요?”

    “하하, 눈썰미가 좋구나. 저 바위는 코끼리 바위, 그리고 저 바위는 용트림바위란다. 바위의 모양이 꼭 용이 승천하는 것 같이 생겼지? 백령도에는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작품들이 가득하지. 이 넓고 평평한 해안을 좀 보렴. 이곳은 군용기가 이용하는 천연 활주로란다.”

    백령도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특별한 해수욕장을 만나게 된다. 바로 동글동글한 콩돌들이 가득한 콩돌해수욕장! 이곳의 매력을 살펴볼까?

    “해변 가득 콩을 흩뿌려 놓은 것 같아요! 가만, 귀를 기울여 보세요. 밀려오는 파도에 자갈이 소리를 내고 있어요.”

    “이 소리가 정말 매력적이지. 해변에 앉아 있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된다니까? 이 콩돌 해수욕장은 자연이 제공하는 발 마사지 장소이기도 하니, 신발을 벗고 걸어보렴.”

    저 멀리 연봉바위가 건너다보인다. 두 개의 커다란 바위를 중심으로 흩어진 작은 바위들을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을까?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의 바다가 바로 설화 속의 인당수란다. 그리고 저 바위의 이름은 연꽃 봉오리 바위, 연봉바위지. 잘 보렴. 바위의 모습이 마치 활짝 핀 연꽃잎들 같지 않니?”

    “아, 심청이 설화의 배경이 실제로 있는 곳이었군요! 저는 몰랐어요.” “그럼! 백령도에는 연화마을과 심청각도 있는데, 그곳으로 한 번 가 볼까?”

    백령도에서 꼭 들러야 할 곳 중 하나는 바로 심청각. 심청각의 청이 동상 앞에서는 꼭 기념사진을 찍어 주어야 한다던데?

    “치맛자락을 움켜 쥔 청이의 모습이 굳건해 보여요. 청이도 백령도의 자랑 중 하나군요? 심청각 안에도 볼 것들이 참 많아요! 심청 설화를 재현해 놓은 모양들도 예쁘네요. 아, 저쪽에는 백령도를 대표하는 경관들이 있어요! 연화리 무궁화, 사곶 해변, 감람암 포획 현무암…”

    “녀석, 아주 신이 났구나! 어디, 다음 장소로 이동해 볼까?”

    점박이물범은 북위 45도, 북극권을 서식지로 삼는 동물이다. 4월 즈음에 이 점박이 물범이 북위 38도의 백령도를 찾는다는데, 그게 정말일까?

    “그러고 보니 여기저기에 물범 캐릭터들이 많이 보여요. 그것은 무엇 때문인가요?”

    “아직 그것도 몰랐단 말이니? 그건 바로 이 백령도에 물범이 살고 있기 때문이야. 멸종 위기에 처한 귀한 동물이라던데, 운이 좋으면 물범 바위에서 물범을 볼 수도 있다고 해.” “그게 정말인가요? 물범을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해야겠어요!”

    배를 타고 두무진을 돌아보는 것이 바로 백령도 여행의 하이라이트. 사암과 규암으로 이루어진 이 바위산은 입이 절로 벌어지게 만드는 절경을 자랑한다.

    “절벽들이 늘어서 있는 것이 마치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 같아요. 금방이라도 마법사가 나타날 것 같은 경관이네요. 이런 곳이 우리나라에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저기 하얀 바위는 바로 가마우지의 서식처야. 가마우지의 흰 배설물이 바위를 덮어 바위가 하얗게 보일 정도인 거지. 백령도가 철새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겠지?”

    극소수의 지역에서만 생산된다는 백색고구마와 코끼리 바위, 해당화가 핀 바닷가와 백령대교 등 백령도의 자랑거리를 모두 설명하자면 하루가 모자랄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 명성만으로도 얼마나 수려한 경관이 기다리고 있는 곳인지 예상해 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해진 백령도는 여행자들에게 깊은 사랑을 받는 섬이기도 합니다. 특별함이 필요하다면, 백령도로 떠나보세요. 백령도 여행 중에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의 마스코트이기도 한 백령도 점박이 물범을 만난다면 그야말로 행운 중의 행운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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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닭의 전설이 내려오는 집

    황금닭의 전설이 내려오는 집

    지역경기도 시흥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4-11-02 호감도

    황금닭의 전설이 내려오는 집

    • 프롤로그
    • 1.황금닭의 울음소리
    • 2.이야기가 흐르는 집
    • 3.교훈까지 얻어가네
    • 4.가옥을 둘러볼까?
    • 5.생활상까지 엿볼 수 있다는데?
    • 6.솜씨 좋은 이의 작품
    • 7.마지막 남은 초가집
    • 8.향토문화유적에 대한 관심과 시선
    • 에필로그

    황금닭의 전설이 내려오는 집

    - 경기도 시흥시 -

    요즘 많은 사람들이 전통가옥이나 한옥마을을 찾곤 합니다. 아마 분주한 일상을 살아가던 현대인들에게 고즈넉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다가오는 것 때문일 것입니다. 경기도 시흥시에도 유명한 전통가옥이 하나 있는데요. 시흥시에서 마지막으로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전통가옥이라 더욱 그 가치가 높습니다. 특별한 전설까지 전해져 내려와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곳인데요,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오늘의 미션은 ‘생금집에서 선조들이 전하는 삶의 교훈 얻고 오기’입니다.

    컨테이너 박스들이 놓여 있는 곳 끝에 시흥시 향토유적 제7호로 지정된 '생금집' 나온다. 생금집이라는 이름에서 이 전통가옥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어서, 황금닭 전설 이야기를 들려줘. 궁금해 죽는 줄 알았단 말이야.” “조선조 말엽에 김창관이라는 사람이 마을에서 10여리 떨어진 곳에 나무를 하러 갔는데 생금우물에 닭 한마리가 있던 거지."

    "그래서 곱게 싸 집 골방 반닫이에 넣어두는데 닭털 하나가 떨어져 나온 거야. 그 색이 하도 묘연해서 금방으로 가보니 황금이라는 게 아니겠어?”

    모두가 황금닭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운다. 서양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있다면 생급집에는 황금알은 낳는 닭이 있다.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래서 얼른 집으로 돌아가 반닫이를 열어 보았는데 닭이 모두 황금으로 변해있었고 닭이 낳은 알들도 황금으로 변해서 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된 거야."

    "그런데도 사치하지 않고 살림을 아끼면서 검소하게 살았다고 해. 열심히 일하고 아씨면 누구든 부자가 된다면서. 그래서 생금집이라는 댁호를 얻은 거지.”

    황금알을 낳는 닭 이야기에는 교훈이 담겨있다. 전통가옥에서 교훈까지 얻어가니 삶의 화살표가 그려지는 것 같다.

    “아,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세계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된 거야?”

    “그렇지 않아. 그 소문을 듣고 부부의 딸이 찾아 왔는데 긴 추궁 끝에 황금닭의 비밀을 듣게 되고 딸은 반닫이에서 닭을 꺼내어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어. 그런데 닭이 돌로 변해있던 것이지. 그 후론 다시 황금으로 변하지 않았다고 해.”

    금녕 김씨 자손이 12대째 세거하던 곳으로 팔작지붕 집으로 안방과 대청, 부엌과 건넌방, 바깥채로 이루어져 있다, 넓은 대청마루에 앉아서 일상의 고민을 잠시 내려놓는다.

    “재미도 있으면서 삶의 교훈도 담고 있는 전설이었구나! 어쩐지 고택에서 들으니 더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 같다. 이제 집안 좀 살펴볼까?”

    “용마루가 'ㄱ'자를 이루고 있고 규모도 꽤 큰 걸 보니 부농계층의 집안이었던 같아.” “그래 맞아. 집안 곳곳이나 뒤뜰에 있는 장독들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던 집안인 것 같아.”

    우리나라 전통 가옥의 형태를 지닌 생금집은 집안 곳곳 당시 생활양식이나 풍습까지 엿볼 수 있다는데?

    “안채 12칸에 바깥채가 6칸인 이 가옥은 1913년에 개축되었는데 조금 낡긴 했어도 현재도 당시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 "

    "분수에 맞는 생활을 하라는 이야기에 맞게 검소하고 절제된 양식이 엿보이는 것 같아. 그리고 바닷가에 살던 사람들의 생활상이 반영되었다고 하는데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볏짚으로 만든 작품들이 집안 곳곳 놓여있다. 그밖에도 고무신이며 옛날 물건들이 전통가옥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있다.

    “난 가옥구조보다도 여기 놓여있는 많은 짚공예에 눈길이 가. 송아지 모형이나 사람을 닮은 인형 같기도 한데, 참 솜씨가 좋다.”

    “그러네. 자칫 쓸쓸하거나 썰렁할 수 있는 옛집에 이런 아기자기한 공예품이 있어서 외롭지 않은 것 같아. 무엇보다 짚으로 만들어져서 분위기가 너무 잘 어울려.”

    옛 생활모습을 갖춘 가옥이나 문화유산이 점점 사라져 가는 요즘, 생금집은 시흥시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전통 가옥이다. 유일하게 남은 초가집에서 우린 무엇을 느낄 수 있나?

    “그런데 시흥에 또 다른 초가집이나 옛 고택이 있을까?” “아니, 안타깝게도 여기 이 생금집이 시흥시에 유일하게 남은 초가집이라고 해. 그래서 더욱 보존해야 할 가치와 의미가 크지.”

    “어쩐지 유일하게 남은 곳에서 교훈까지 얻고 가니 다가오는 의미가 더 큰 것 같아.”

    향토문화유적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은 생금집을 다녀온 후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다. 황금닭이 전하는 전설과 함께 문화유적 보존에 대한 깊은 뜻도 헤아려본다.

    “그냥 옛집이나 고택에 들른다는 마음 혹은 이야기를 듣기위한 호기심 정도로 찾은 것 같은데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곳이라 새로운 것 같아.”

    “그래, 나도 향토문화유적에 대한 관심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을 했어.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교훈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어서 뜻깊고.”

    생금집 전설 혹은 황금닭의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고 하여 많은 이들이 찾는 반면 예 생활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문화유산의 보존과 관리가 허술하여 그에 따른 말들도 참 많습니다. 이에 생금집은 학생들을 초청하여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문화의 계승을 위해 초가지붕을 새로 올리며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도 가지고 있습니다. 전통문화의 소중함과 고즈넉한 느림의 미학을 얻고 싶다면 생금집에서 황금닭이 들려주는 이야기 한 구절 듣고 가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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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기가 넘친다

    활기가 넘친다

    지역인천광역시 남동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활기가 넘친다

    • 프롤로그
    • 1.진득한 사람냄새
    • 2.아름다운 풍경
    • 3.소래동이, 안녕?
    • 4.놓칠 수 없는 간식들
    • 5.수족관 안에는
    • 6.싱싱한 분위기
    • 7.즐거운 사람들
    • 8.포구에 왔으니
    • 에필로그

    활기가 넘친다

    - 인천광역시 남동구 -

    수도권 최대 규모의 재래 어시장, 소래포구. 누구나 한 번 쯤은 가족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한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소래포구가 생긴 지도 50여 년이 지났지만, 시끌시끌한 장터의 분위기와 아릿한 바다 냄새, 그리고 펄떡펄떡 튀어 오르는 싱싱한 수산물들은 언제 가도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작은 배들이 드나들던 곳이 이제는 밤낮 없는 활기를 자랑하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트래블아이>가 드리는 미션, ‘소래포구의 이모저모를 둘러보라!’입니다.

    소래역에서 포구 쪽으로 조금만 방향을 틀어도 차가 꽉 막힌다. 모두 소래포구에 가는 사람들. 소래포구의 숨겨진 매력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럼! 소래포구에 가면 사람이고 물건이고 다들 기운이 넘치니, 구경하러 가기에도 좋고 기분 전환도 된단다. 소래포구의 매력에 빠지면 집에 가기가 싫을 정도야. 소래포구의 웃음소리에서 느껴지는 진득한 사람 냄새, 그게 소래포구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말로만 들어서는 잘 모르겠어요. 어서 소래포구를 구경해보고 싶은데요?”

    소래철교와 수인선 또한 소래의 쏠쏠한 볼거리. 아름다운 풍경에 반하면 소래포구를 구경하러 가는 발걸음이 늦춰지기 십상이다.

    “저기 묶여 있는 것이 다 어선인 건가요? 갈매기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재미있어요.”

    “예전에는 소래철교로 협객열차가 다녀서, 도시와 농촌, 염전과 채전을 모두 구경할 수 있었단다. 예전에 다니던 협객열차를 전시해 놓았다고 들었는데… 저기 있구나! 소래포구에 왔으면 협객열차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은 기본이지! 저 앞에 가서 한 번 서 보렴.”

    2012년 개관한 소래역사관에서는 소래의 아름다운 옛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 들렀다가 어시장으로 가면 재미가 한층 더해지지 않을까?

    “까까머리를 한 꼬마 소년이 바로 소래박사, 소래동이군요. 마치 추억을 상징하는 캐릭터 같아요. 철로 공사를 하는 모습부터 어시장 풍경, 소래역의 옛날 모습에, 역 안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할머니의 정겨운 모습까지. 소래의 역사와 문화가 여기 다 있네요.”

    “어렸을 때 보았던 풍경들이 여기에 그대로 남아 있구나. 마음이 포근해지는데?”

    먹으면서 구경하면 재미를 놓칠 수는 없다. 소래포구 근처에는 꽁치튀김, 새우튀김 등의 간단한 주전부리들도 팔고 있으니 여기도 둘러볼 것.

    “뭐? 벌써 출출하다고? 아직 밥 때라고 하기엔 이르지. 소래포구 구경도 못 했는걸.”

    “음… 그럼 아쉬운 대로 저기 파는 튀김이라도 한 봉지 먹으면 안 될까요? 고소한 튀김 냄새가 여기까지 풍겨 와요. 침이 꿀꺽 넘어가는데요?” “그건 안 될 것 없지. 여기만큼 싱싱한 해물 튀김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겠니?”

    어시장에 들어서면 그 활기에 놀랄 수밖에 없다. 수족관마다, 대야마다 가득한 물고기와 꽃게, 대하들! 그 힘찬 모습을 보고 있자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데?

    “이렇게 팔팔하게 살아 있는 물고기를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어쩌면 저렇게 힘이 넘칠까요? 횟집 같은 곳에서 보았던 물고기들은 모두 힘없이 지느러미만 움직이고 있었는데 말예요. 저 대하들을 좀 보세요. 마치 바다 속을 헤엄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네요.”

    “이러니 사람들이 소래포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 거야.”

    수족관 안쪽에서 수산물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보았다면, 수족관 바깥도 둘러보아야 한다. 수북하게 쌓여있는 조개들을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불러 올 터.

    “바구니 위에 서너 마리 씩 올려두고 파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네요. 접시에 수산물들이 넘칠 듯이 담겨 있어요. 이걸 전부 잡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예요.”

    “즉석에서 손질하는 걸 보는 것도 묘미지. 젊을 때에는 종종 소래포구에 들러 즉석에서 토막 내 주는 뻘낙지를 사가곤 했는데 말이야. 가격도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란다.”

    포구의 변두리로 나서면 진기한 풍경들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길거리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는 것. 대체 무엇 때문일까?

    “갓 떠 온 회를 먹고 있어요! 도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다들 당당하고 즐거워 보여요. 이것도 소래포구의 문화 중 한 가지인 거군요?”

    “그럼. 어선들을 바라보며 신선한 회 한 점! 소래포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인 셈이지.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들을 좀 봐. 저긴 자리가 없어서 못 앉는 곳이란다.”

    소래포구에 들러서 한 끼도 먹지 않고 가는 사람이 있을까? 소래포구의 싱싱한 수산물을 바로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곤란하다.

    “해물탕? 회? 그것도 아니면 조개구이? 와, 고르기가 정말 힘들어요. 방금 포구를 구경하고 와서 그런지 전부 다 먹고 싶은데요?”

    “천천히 골라 보렴. 한 가지만 시켜도 둘이 먹고 남을 거야.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넉넉한 인심도 소래포구를 찾는 이유 중 하나지.”

    소래포구에서는 수산물만 파는 것이 아닙니다. 수산물을 사며, 그 위에 덤으로 얹혀 오는 웃음과 즐거움, 활기도 함께 사 올 수 있는 것입니다. 굳이 인천까지 찾아 와 소래포구에서 먹거리를 사 가는 사람들의 생각을 이제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싱싱한 먹거리와 넉넉한 인심에 배가 두 배로 부르니, 돌아가는 길 또한 즐거울 것입니다. 기분전환이 필요하다면, 그리고 싱싱한 해물을 맛보고 싶다면 수십 년 간 이어져 온 소래포구의 활기를 나눠 받으러 가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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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5일장에서 찾은 보물

    홍성5일장에서 찾은 보물

    지역충청남도 홍성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홍성5일장에서 찾은 보물

    • 프롤로그
    • 1.대장간 생사고락 함께한 보물 중 보물
    • 2.60년 철물점 신줏단지
    • 3.“60년 세월, 보물은 무신~”
    • 4.이렇게 길고 넓은 보물, 봤어?
    • 5.밉지 않은 흥정
    • 6.정직함이 키운 홍성 한우
    • 7.홍성장의 명장 소머리국밥집
    • 8.홍성시장의 진정한 보물
    • 에필로그

    홍성5일장에서 찾은 보물

    - 충청남도 홍성군 -

    소리꾼 장사익 선생의 노래 <시골장>, <국밥집에서>처럼 유난히 시장 풍경을 즐겨 부른 그의 고향은 바로 충남 홍성. 그곳에는 사람 냄새 나는 장이 5일에 한 번 섭니다. 매번 경기가 좋은 것도 아니건만 장터거리는 항상 쑥부쟁이 꽃잎 같은 웃음으로 만발합니다.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오랜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 상점마다 보물 하나씩을 꿰차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곳에 가면 상인들이 그 보물을 서슴없이 내보여 주실까요? 그래서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홍성 5일장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라!

    이곳엔 옛 모습을 간직한 홍성대장간이 있다. 3대째 대장간을 지키고 있는 대장장이 사장님에겐 100년이 훌쩍 넘은 쇳덩어리 보물이 있다. 뭘까?

    “이 놈은 대장간에서 쇠를 올려놓고 두드릴 때 쓰는 받침인데, 100년 세월, 뜨겁게 달궈져서 매질을 당해가며 우리 3대를 먹여 살린 것 아닌감? 그래서 우리 집 보물이지.”

    “그만큼 우리 전통시장 명맥을 지키는 데 일조하셨으니 뿌듯하시겠어요. 직접 만드신 호미며 낫, 망치, 사시미까지 사장님 손을 거쳐 간 도구들이 그야말로 작품이네요.”

    역시 아버지를 따라 12살 때부터 장사를 시작한 대승철물점 사장님역시 보물이 있다. 신줏단지 모시듯 매일 닦고 또 닦는다는 그것은 무엇일까?

    “어서 와. 우리 집 보물도 구경하러 왔남?” “네. 철물점 하시면서 어떤 보물을 간직하게 되셨어요?”

    “자, 우리집 보물! 60년도 더 되어 손때가 더덕더덕 묻은 요놈, 긴 세월 나랑 같이 가게를 지켜왔어. 우리 아버지랑 나에 대한 추억까지 그득허니 쌓여 있으니께.”

    시장 한쪽에 기름을 두르고 노릇노릇하니 두툼한 뭔가를 연신 부쳐내고 계시는 팔순 할머니께는 이 장사 자체가 보물일까?

    “아, 시장 생각해서 4개 천원 받는 거여. 싼 맛에 이거라도 먹으러 오는 사람들 있어니!” “그럼 할머니 보물은 한평생 해온 바로 이 장사겠네요?”

    “보물은 무슨 보물! 겨우 우리 내외 입에 풀칠하고 사는데 보탠 거지. 그래도 육남매를 이걸로 다 키웠어. 갸들이 이제 그만 하라고 성화네. 근데 이거 안 하고 놀면 뭐 한대.”

    3대째 새우젓 장사를 한다는 주인아저씨의 보물은 그 크기부터 장난이 아니다. 무려 270m나 되는 규모에 여러 갈래로 뚫려 있기까지 해 미로를 연상시킨다. 대체 뭘까?

    “12년 전에 팠는데, 지금 독배마을에 이런 놈이 40개나 있어. 계절에 상관없이 온도가 섭씨 14~15도로 일정하면서 습도가 85%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데, 여기 새우젓 보관하기에 이만한 조건을 가진 데도 없지. 우리 집 보물이여!”

    “구수하면서 깊은 젓갈 맛을 내는 광천 새우젓 비결도 바로 여기 있었군요!”

    생물 파는 곳을 지날라 치면 웬 싸움이라도 난 줄 알고 이내 고개가 돌아가거나 발길, 눈길이 절로 향한다. 흥정하는 소리다. 새삼 생선노점 주인의 보물도 궁금하다!

    “지난번에 사간 고등어하고 꽃게도 그렇게 깎고 또 맛있게 드셨다면서 여기에 있는 활어도 다 살아 있는데 뭘 또 깎는댜?”

    “에이~ 싱싱하면서도 싼 맛에 여기만 오지. 한 바구니에 만원 합시다.” “그려. 매번 제값 못 받아도 어쩔겨. 난 단골 보는 맛에 사는디. 자, 대신 자주자주 와.”

    홍성재래시장에는 어느 정육점을 들어가도 1등급 홍성한우를 만날 수 있다. 국내 최고 특산물로 꼽히는 진짜 비결이 바로 그 보물이자 자랑이라는데?

    “이 마블링 좀 봐,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파는 것과 차원이 달라요. 대형마트가 저렴할지 몰라도 육질은 이곳 한우를 따라올 수가 없겠어요.”

    “공수해오는 우시장이 따로 있는데, 그곳이 바로 홍성한우의 비결이자 우리 보물이지. 시골 농가들이 장난 안치고 우시장에 순수한 소를 갖고 나오기 때문에 가능한 거 아니겠어?”

    60년 전통 소머리국밥집은 역사만큼이나 맛도 진국이다. 소머리와 사골을 푹 우려낸 국물에 쫄깃한 고기가 어우러진 맛을 보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 집의 보물은 뭘까?

    “홍성한우가 등급도 잘 나오고, 전국적으로도 제일로 치니 이 집 보물도 단연 한우겠죠?” “그야 그렇지. 근데 ‘국밥 먹는 날’이 따로 있는 거 아시나?”

    “네?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데요?” “그날이 이제 우리 집 국경일이 됐네 그려.”

    유서 깊은 이 장에는 여전히 많은 상인들이 좌판을 깔고 진입로부터 가득 메운다. 매끈한 오징어, 감칠맛 나는 토굴새우젓도 명물이지만 시장을 대표하는 보물은 따로 있다.

    “아, 보물이 뭐 따로 있을라고~! 160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이 사람들 아니겄어!” “그렇군요! 바로 이 시장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으니 뭐니뭐니해도 홍성시장의 보물은 바로 사람이고 역사다~ 그 말씀이시군요.”

    “맞구먼~! 봇짐 풀어놓는 장돌뱅이들부터 짚풀공예, 떡메치기 참여도 한번 해봐.”

    식구들의 먹거리를 준비해놓고 뭇사람끼리 몸을 부대끼며 거래를 하며 정도 나누는 풋풋한 서민들의 공간, 옛 장터를 그대로 간직한 홍성5일장은 지금도 손수 거둔 농수산물을 사고파는 모습 속에 정직과 신뢰가 묻어나는 재래시장입니다. 그래서 이곳의 숨겨진 진짜 보물을 찾고 싶다면, 그들의 진정성을 느껴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장사익 선생의 <시골장> 노래에서 그리워했던 사람냄새가 곳곳에 배어든 곳, 상인들 저마다 고단한 삶에서 묻어나는 ‘보물’ 하나씩은 간직한 곳, 이번 여행은 홍천5일장으로 떠나 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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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박 등을 타고

    호박 등을 타고

    지역경기도 용인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호박 등을 타고

    • 프롤로그
    • 1.하루에 세 곳을?
    • 2.볼거리 가득, 즐길 거리 가득!
    • 3.고르기가 어려워
    • 4.호박 백설기
    • 5.빨간 떡, 초록 떡
    • 6.호박 들판 위의 장미꽃
    • 7.단호박이 양갱으로, 뚝딱!
    • 8.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 에필로그

    호박 등을 타고

    - 경기도 용인시 -

    체험 붐이 일며 전국 방방곳곳에 체험마을이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마을이 있습니다. 바로 경기 용인에 위치한 호박등불마을. 이름만 들어도 달콤한 환상이 일렁일 것 같은 이곳에는 떡케잌과 양갱, 초콜릿, 찰경단, 단호박죽 등의 먹거리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에버랜드와 민속촌도 이 마을의 근교에 위치해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호박등불마을에서 달콤한 체험을 하고 오라!’

    직접 초콜릿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곳인 은하초코기사단, 그리고 전 세계에서 유일한 등잔 박물관, 오늘의 주인공 호박등불 마을은 고작 차로 3분 거리?

    “지난 번, 은하초코기사단에서 만든 초콜릿도 정말 맛있었어요. 호박등불마을도 이 근처에 있다고요? 어라? 벌써 호박등불마을이 보여요!”

    “은하초코기사단과 호박등불마을은 정말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지. 호박등불마을에서 길을 건너면 바로 등잔 박물관이 보이니, 체험이 끝난 뒤에는 등잔 박물관을 둘러보자.”

    체험 시간에 맞춰 도착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호박등불마을에는 볼거리가 가득하기 때문! 여유 있게 도착하여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볼까?

    “호박등불마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호박이 정말 많아요! 난생 처음 보는 모양의 호박도 있는데요? 할머니 댁에서나 볼 수 있는 원두막도 여러 채 세워져 있어요!”

    “저쪽 동물농장에는 닭이랑 토끼도 있는데? 저리로 한 번 가 볼까?” “우와, 토끼! 정말 귀여워요! 한 번만 만져보고 가면 안 돼요? 제발요!”

    호박등불마을에는 연중체험 뿐만 아니라 계절별 체험 메뉴도 마련되어 있다. 봄에는 화전놀이와 된장 담그기, 딸기 따기, 여름에는 감자 캐기, 매실 따기, 바비큐 체험…

    “그리고 가을에는 고추장 담그기와 청국장 만들기, 고구마 캐기와 사과 따기, 겨울에는 김치 만들기와 무 뽑기, 배추 뽑기 등의 체험이 마련되어 있지.”

    “우리가 오늘 할 체험은 떡케잌 만들기와 양갱 만들기죠? 계절별 체험도 하나 신청할 걸 그랬어요. 지금은 봄이니 맛있는 딸기를 딸 수 있었을 텐데…”

    떡케잌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케이크 부분들 만들어야 한다. 떡케잌에는 빵 대신 백설기를 쓰는 것이 일반적. 그런데 호박등불마을의 백설기는 조금 더 달다?

    “어, 이상한데요? 백설기인데 가루가 왜 노란 색이예요?”

    “호박등불마을에 왔으니, 쌀가루에 호박가루를 섞은 거야. 이렇게 하면 호박의 단맛이 백설기를 더 달게 해 주기도 하지. 이 가루들을 섞어 으깬 다음에 설탕을 넣어 쪄내야 하는데, 백설기가 익을 동안 우리가 할 일이 따로 있지!”

    호박등불마을에서 만드는 떡케잌은 모양이 아주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힌트는 백년초 가루?

    “떡 반죽에 백년초 가루를 넣으니 붉은 색이 됐어요. 이쪽에 있는 것은 쑥 가루를 넣은 것이네요? 왜 알록달록 예쁘기는 한데, 이걸로 뭘 할 수 있는 거죠?”

    “자, 잘 보렴. 이 떡 반죽을 밀대로 밀고, 돌돌 말아서 가운데를 꾹 눌러 주면…” “어라, 이렇게 간단하게 꽃 모양이 완성되는 건가요? 저도 한 번 해 볼래요!”

    장미 모양 떡 데코레이션을 한 호박등불마을의 떡케잌은 입으로 먹는 것만큼이나 눈으로 먹는 것도 즐겁다. 어디, 대화를 통해 그 모습을 상상해 볼까?

    “우와, 노란 호박 들판 위에 빨간 장미꽃이 피었어요.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걸요? 잠깐만, 사진 한 장만 더 찍고 먹을래요.”

    “하하, 주위를 보렴. 모두 너처럼 사진을 찍겠다고 난리가 났구나. 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이 케잌은 정말 예쁜 걸? 양갱까지 만들어 보려면 서둘러야지.”

    호박등불마을에서는 직접 재배한 단호박인 ‘아지지망’을 양갱과 떡케잌 재료로 제공한다. 이 달달한 단호박은 한 시간이면 양갱으로 뚝딱 변신한다는데?

    “한천가루에 찐 호박의 껍질을 벗겨 넣고 함께 끓인다고요? 정말 이게 끝인가요?” “20분 정도 끓인 뒤에 설탕을 넣고 다시 30분 정도 졸여주면 돼. 눌어붙지 않게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저어주는 걸 잊으면 안 돼.”

    “알겠어요. 천천히, 인내심을 가지고. 생각보다 어려운데요?”

    양갱이 만들어지는 동안 말린 호박씨를 예쁘게 까 두어야 한다. 양갱 위에 이 호박씨를 올리면 모양이 훨씬 예뻐진다고 하는데, 그 모양은 어떨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더니, 그게 정말이네요! 호박씨를 올리니 양갱 위에 꽃이 핀 것 같은데요? 양갱 모양도 꽃 모양이라 예쁜 쿠키 같아요.”

    “나 원. 떡은 아까 만든 게 떡이잖니. 게다가, 이렇게 멋진 양갱을 두고 쿠키가 생각 나?” “말이 그렇다는 거죠! 저도 사 먹는 쿠키보다 제가 직접 만든 양갱이 훨씬 더 좋아요!”

    할로윈이 있는 가을에는 이름과 잘 어울리는 호박 등이 밝혀지는 곳, 호박등불마을. 한 가지 체험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 매 주 다른 프로그램을 신청하여 이곳을 찾는 분들도 많다고 하며, 260개 가족이 주말 농장을 가꾸고 있기도 합니다. 마을 사람들과 방문객이 함께 만들어 가기에 더 아름다운 곳, 호박등불마을. 이야깃거리와 간식거리가 동시에 생겨나니 일석이조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호박등불마을에 가서 쉽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오는 것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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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미술의 놀이터

    현대미술의 놀이터

    지역경기도 과천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7 호감도

    현대미술의 놀이터

    • 프롤로그
    • 1.미술관에 대한 상상
    • 2.현대미술아, 친구하자!
    • 3.찰칵, 현대미술과 사진 한 장
    • 4.이름 붙여주기
    • 5.백남준에게 인사!
    • 6.만져보는 미술?
    • 7.닳아 없어지는 미술!
    • 8.미술, 전시관을 나오다
    • 에필로그

    현대미술의 놀이터

    - 경기도 과천시 -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의 바로 그 곳, 국립현대미술관과 과천어린이대공원. 가족들과 함께 동물원에 나들이를 가보신 분들은 많지만, 동물원 옆의 미술관에 가 보신 분들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만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가면 그 매력이 배가 되는 그곳, 국립현대미술관. 기획 전시는 물론이고 무료로 제공되는 상설 전시까지 놀라운 현대미술이 이곳에 어우러져 뛰어놀고 있으니, 과천시에서 이곳을 놓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현대미술의 놀이터에서 미술과 함께 놀고 오라!’

    미술 전시회를 관람한 지 오래 된 분들이라면 으레 현대미술에 대해 착각하고 있기 마련. 국립현대미술관에 들어서기 전, 어떤 작품이 있을지 한 번 상상해 보자!

    “국립인 만큼, 비싼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지 않을까요? 국가가 운영하는 곳이니까 이중섭이나 김홍도 같이 우리나라의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이 있을 것 같아요.”

    “흠, 글쎄다. 내 생각은 좀 달라. 현대미술관이니 지금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유명한 미술가들의 작품이 있겠지. 그림이 많을 것 같은데, 아빠도 그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구나.”

    미술관 안으로 직행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 야외 조각공원에도 국내외 유명한 작가들의 아름다운 작품들이 가득하다. 야외에서 보는 전시는 실내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는데?

    “이야, 미술관 안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니, 정말 좋구나. 야외 조각공원을 둘러보지 않고 미술관에 들어갔으면 후회할 뻔 했는데?”

    “마치 잔디가 깔린 미술관에 온 것 같은 기분이네요! 저 지금 현대미술 옆에 나란히 서 있는 것 맞죠?”

    미술이 고상하고 품격 있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라는 사실! 야외 조각공원에서는 시야가 닿는 곳이면 어디든 미술이 놀고 있다. 기념사진을 잊을 수는 없는 법.

    “하하, 저것 좀 보세요! 이상하게 생긴 남자가 하늘을 향해서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노래하는 사람’이라는데? 엉덩이가 툭 튀어나온 것이 우스꽝스럽게도 생겼구나. 저 옆에 가서 똑같은 포즈를 취해 보렴. 재미있는 기념사진이 나올 것 같아.” “이렇게요? 마치 미술 작품과 함께 노래하는 것 같은 기분이네요!”

    현대미술은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그저 거기에 놓여 있을 뿐이다. 내가 지어낸 해설이 정답일 수도 있다는 것! 눈에 띄는 작품에 이름을 붙여보며 작품의 의미를 상상해보자.

    “저 빨간 화분을 한 번 보렴! 저 작품에 대해 네가 직접 설명해 볼 수 있겠니?” “음, 저 화분에 심으려면 나무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저 커다란 화분을 올려다보고 있으니까, 화분에 구름을 심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뒤에 보이는 산도요!”

    “놀랍구나! 네 말대로라면 비오는 날엔 천둥을, 저녁에는 노을을 심을 수도 있겠는 걸?”

    국립현대미술관 본관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것은 바로 백남준의 ‘다다익선’. 교과서나 책에서만 볼 수 있던 바로 그 유명한 작품이 여기에 있다.

    “너도 교과서에서 본 적이 있지? 이 거대한 작품에 쓰인 텔레비전은 천 개도 넘는다고 하는데, 정말 압도적인 느낌이구나.”

    “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가 중 한 분이 백남준이래요. 와, 텔레비전으로 만든 탑이 천장에 닿을 것만 같아요! 영화에 나오는 로봇처럼 금방이라도 변신할 것 같은데요?”

    국립현대미술관 1층에는 EDU-STUDIO가 있다. 바로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관. 이곳에서는 미술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고 하니, 빼 먹을 수 없는 코스!

    “미술을 만져 본다고?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구나. 네 또래 친구들이 아주 많은데?”

    “작품에 있는 하늘을 만져 보았더니 구름이 나타났어요! 여기 이게 바로 제가 만든 구름이에요! 어, 이 피아노를 치니까 소리가 나는 게 아니라 화면에 동그란 물방울들이 떠올라요! 저쪽에서는 작품을 만들 수도 있네? 다음부터는 꼭 예약을 하고 와야겠어요!”

    국립현대미술관을 돌아보고 나면 소비할 수 있는 예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 깨달을 수 있다. 게다가, 만져보는 것보다 더 놀라운 미술이 하필이면 화장실에 있다는데?

    “으악, 이거 정말 써도 되는 거예요? 벌 받을까봐 겁이 나요!”

    “다른 사람들도 다 쓰고 있잖니. 정말 재미있는 곳이구나. 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이 산산조각 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조심조심 만지지 말고, 그냥 확 써버리자!” “안 돼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단 말예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은, 세상에 대한 다른 시각이라는 점. 내 앞에 있는 모든 것들이 현대미술일 수 있다고 상상해보는 것도 멋질 것 같은데?

    “미술관을 내내 둘러보면서 친구에게 조각품을 그려 넣은 엽서를 붙이면 참 좋겠다 생각을 했어요.”

    “참 좋은 생각이야. 네 그림솜씨 무척 기대되는데? 때마침 이곳에 빨간 우체통이 서 있구나. 이렇게 운치를 돋보이게 하는 이 우체통 역시도 야외조각품의 일부 아닐까?”

    이번 기회를 통해 현대미술에 대한 오해가 조금은 풀렸을 것 같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미술은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하고, 생각하고, 인사하고, 만져보고, 써 보기까지 하며 감수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것이 바로 국립현대미술관이 보여주는 현대미술입니다. <트래블아이>와 함께 국립현대미술관에 다녀온 여행자들 중에 미래의 위대한 현대미술가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친 김에 우리나라의 현대미술을 볼 수 있는 대해 조금 더 알아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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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풍 젖은 솔향기에 취해

    해풍 젖은 솔향기에 취해

    지역충청남도 태안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해풍 젖은 솔향기에 취해

    • 프롤로그
    • 1.가다가다 그만 가고 만다더라
    • 2.희생과 인내로 닦은 길
    • 3.솔향기는 은은하고 흙냄새는 구수하고
    • 4.솔향기 따라가며 듣는 재미난 옛이야기
    • 5.‘악’ 소리가 절로 나는 고개
    • 6. 낯섦조차 솔잎융단에 잠기는 곳
    • 7.혼자지만 외롭지 않은 섬
    • 8.‘와랑와랑~’ 먹먹한 가슴 깨트리는 소리
    • 에필로그

    해풍 젖은 솔향기에 취해

    - 충청남도 태안군 -

    혹자는 왠지 모를 먹먹함이 찾아들면 낙조의 비경과 솔향기가 그윽한 충남 태안의 안면도로 떠나보라 했습니다. 또, 시인 김지헌은 ‘누구든 태안반도에 들어서면 안온하고 평안해진다’고 했습니다. 이는 태안의 본래이름인 국태민안(國泰民安)의 뜻풀이와도 일맥상통합니다. 해안선이 아름다운 이곳에는 바다를 허리춤에 끼고 소나무 사이를 헤집고 가는 솔향기길이 있습니다. 걷는 내내 해풍에 젖은 솔향기를 맡고 있으면 마음의 평화도 되찾을까요? ‘가슴 깊이 먹먹함이 느껴진다면 홀연 안면도로 떠나라! 바로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태안반도 북쪽 끄트머리 이원면 해안가에 조성된 솔향기길은 모두 4코스. 이중 으뜸으로 친다는 코스가 있는데, 출발점은 바다로 툭 터진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고.

    “저기, 아주머니. 여기서 내려가면 꾸지나무해수욕장까지 갈 수 있나요?” “아주 제대로 왔구먼. 여기가 바로 만대여. 쉬엄쉬엄 걸어가면 여섬까지 4시간쯤 걸릴겨.”

    “와~ 그렇게 오래 걸어야 해요?” “만대가 괜히 ‘만대’겄어? ‘가다가다 그만 가고 만대’라고 만대라잖여!”

    서해를 바짝 끼고 솔숲 사이로 끝없이 이어진 길. 눈길 주는 곳마다 솔향기만큼이나 사람냄새 또한 짙게 풍기는 건 뭐 때문일까?

    “태안기름유출 때 자원봉사자들이 당봉과 큰봉, 후망산, 산재산으로 이어지는 위태로운 산길을 오르내리는 모습에 한 이원면 주민이 이 길을 닦아서 지금 이 길도 탄생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삽과 곡괭이를 들고 이 길을 닦았을 거야. 이 길을 개척해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과정은 또 어떻고. 온몸에 상처를 달고 살았을 테지.”

    만대항을 지나 솔나무숲길로 접어들면 초입은 깎아지른 듯한 바윗길이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부담 없는 높이의 산길은 얼마 못 가 진풍경을 드러낼 테니.

    “산자락 유순한 언저리를 돌아가는 숲길은 굽이굽이 선이 곱구나. 중간중간 바다로 터진 곳에 이런 비경이 숨어 있다니."

    "자연훼손이 적은 만큼 숲은 원시자연의 냄새로 가득해. 솔향기는 은은하고 흙냄새는 구수하고…. 천연송림으로 융단을 깐 숲길 어디든 발길이 닿는 곳마다 마음의 안식처가 되는구나.”

    서해를 바짝 끼고 솔숲 사이로 끝없이 이어진 길. 행여 심심하지 않을까 생각하면 오산이다. 곳곳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재미난 아이템이 줄줄이 이어진다. 과연 뭘까?

    “‘삼형제바위’가 바로 이 녀석인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삼형제가 어느 날 어머니가 뻘일을 나가 돌아오지 않자 나란히 앉아 어머니를 부르다 앉은 채로 죽어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는. "

    "한 스님이 나무열매를 따다가 떨어졌다는 ‘중떨어진 앙뗑이’ 절벽은 사연이야 어쨌든 해학적인 이름에 웃음이 안 날 수가 없겠어.”

    당봉(만대) 전망대부터 해안을 따라 두 나무가 서로 얼싸안은 부부소나무 등 줄줄이 이어진 사연들에 흥미도 더해가지만 난관도 따른다. 하지만 그때마다 해결책은 늘 있다고.

    “오르막과 해변으로 내려서 길이 가팔라지니 장딴지가 뻑뻑해 악소리가 절로 나오네. 그래서 악너머고개인가. "

    "바위틈에서 솟는 약수 맛을 일단 보고 가자. 숨이 차오르는 지점마다 쉼터가 있고 통나무로 의자도 만들어 놓았구나. 의자 몸통에는 유명시인의 시가 적혀 있으니. 잠시 사색에 빠져 시름을 놓아볼까?”

    "숲길은 내내 소나무로 울창하다. 한여름 땡볕에도 그늘을 만든다. 하지만 곳곳에 한국전쟁 당시의 흔적 등 낯선 풍경도 눈에 띈다. "

    “한국전쟁 당시 파놓은 참호와 녹슨 철조망도 눈에 띄는구나. 아직까지 덜 알려진 까닭이겠지."

    "하지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늘 코를 찌르는 향긋한 솔향기와 청아한 솔바람 소리, 새소리, 파도소리가 있으니 마음 쓸 겨를이 없겠어. 바닥에 깔린 솔잎융단은 마음까지 더 푸르게 만들어주는 듯해.”

    중간지점에 이르자 자그마한 여섬이 반긴다. 이원방조제 축조 후 제방 안의 이 섬은 육지로 단 하나 남게 됐다는데, 그 이름의 유례도 알고 나니 진지해진다.

    “바위로 둘러싸인 저 섬 있지유? 들물에 유속이 빨라지면 바위를 때리면서 물보라를 일으키는 파도, 참 장관이여. 그래서 외지인도 오면 실컷들 보고 가더라고."

    "이쪽으로 어족도 풍부해서 갯바위 낚시도 그만이여. 낚시하겠다고 찾아오는 강태공도 그래서 많고. 근데, 그 옛날 남을 여(餘)자를 붙여 ‘여(餘)섬’이라 부른 선인들의 예견이 제법 흥미롭지 않은가?”

    해식동굴 용난굴을 거쳐 다시 숲길로 들어서 전망대에 오르면 종착점인 꾸지나무꼴해수욕장까지 금방이다. 이곳에 서면 억눌린 감정이 기지개를 켜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는데?

    “멀리 이원방조제까지 먼 바다를 보고 있으니 가슴이 탁 트이는구나. 그런데 지금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참으로 희한해. 와랑와랑~ 거린다고 한다고 해야 할까. 보아 하니 전망대 절벽 아래 수직굴로 치는 파도가 이런 독특한 소리를 내는가 보네.”

    “소리 참 신기하제? 그래서 우리 주민들도 이 해안은 따로 부르는 이름이 있구먼.”

    태안의 안면도 솔향기길에는 소나무와 엄나무, 두릅나무, 소사나무가 군락을 이뤄 산림욕에 좋다. 야생화가 꽃을 피우고 새순이 돋으면 꽃향기와 솔향기에 취해 마냥 해변을 등대 삼아 걷게 됩니다. 기세를 죽인 해가 바다로 빨려들 때쯤이면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한 그루가 어느새 해를 이고 있습니다. 그렇게 발품으로 고단한 하루의 노고가 해풍에 쓸려 노을에 잠깁니다. 언제부턴가 마음이 먹먹하고 답답해와 당장 가슴 탁 트일 만한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었다면, 솔향기 가득한 안면도로 지금 달려가 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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