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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질 무렵의 망해암은 절로 숨겨진 이야기들을 상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해가 지기를 기다리며 망해암에 얽혀 있는 옛 이야기 하나를 들어 보도록 하자. 이 사찰의 이름에 바다가 들어 있는 까닭에 대한 이야기이다. 관악산 중턱에 위치해 있는 망해암은 원효대사의 창건 이후 태종 7년(1407년)에 중수를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전해지는 사찰. 중건된 지 긴 시간이 이르지 않아, 세종 때의 일이다. 조세를 운반하던 배 한척이 인천 앞바다에서 심한 풍랑을 만난 일이 있었다 한다. 아무래도 살아날 길이 보이지 않아 선원들은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뱃머리에 승려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 승려가 배를 인도하여 뭍으로 데려다 주었으니, 선원들은 훗날의 보은을 약속하며 승려의 거처를 물었다. 승려가 말해준 거처가 바로 관악산의 망해암. 그러나 선원들이 망해암을 찾았을 때, 승려의 모습은 모이지 않았다. 상심한 선원들이 경내를 거닐다 법당에 이르렀는데, 법당 안에 모셔진 부처의 모습이 선원들을 구해 주었던 승려와 꼭 같은 모습이었다. 이 소식이 궁에까지 당도하였으니, 세종은 망해암에 매 해 공양미를 올리도록 하였다고 한다. 

망해암에 대하여, 신라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의 기록은 남아있지 않으니 미처 전해지지 못한 신비로운 전설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들을 상상하는 동안 해가 저물었다면, 슬슬 전망대로 향해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