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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 편>


“조선왕릉의 가치를 모두 인정하니 이것으로 심의를 마친다.”
지난 2009년, 스페인 세비야의 한 회의장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마리아 세군도 위원장은 위와 같이 말했다. 조선 왕릉의 유네스코 등재여부에 관한 심의가 시작된 지 15분 만에 결정된 사항이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조선왕릉은 ‘500년 조선 왕조’의 장묘 문화를 잘 반영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제례 문화가 잘 보전돼 있는 점 등이 그 가치를 인정 받아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그렇다면 현재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은 총 몇 기이며, 역사 문화적으로 특히 중요하게 손꼽히는 사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조선왕릉의 세계유산 등재 5주년을 맞아 <트래블투데이>가 이를 짚어봤다.

                    
                
  • (출처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홈페이지)

 

조선왕릉의 가치와 분포 현황

 

세계유산의 등재 기준은 여러 가지다. 그 중 조선왕릉은 3가지 기준에 의해 등록됐다고 유네스코는 밝혔다. 3가지 기준을 간추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독특하거나 희귀하거나 아주 오래된 유산
2. 가장 특징적인 사례의 건축양식으로서 중요한 문화적 발전 등을 대표하는 양식
3. 역사적 중요성 등이 현저한 인물 등과 가장 중요한 연관이 있는 유산
 

  • 경기 구리시 인창동 소재 동구릉 전경. 동구릉은 '동쪽에 있는 아홉 기의 능(陵)'이라는 뜻이다.

한편 세계유산에 등록된 조선왕릉은 전체 조선왕릉 42기 중 북한 개성 지역에 소재한 2기(제1대 신의왕후 제릉, 제2대 정종 후릉)를 제외하고 총 40기다. 분포 현황은 서울 8기, 경기 31기, 강원 1기로서 경기도가 압도적이다.

 

조선왕릉 3문 3답

 

● 조선 왕릉의 입지는 풍수지리에 따른 명당이다?
● 왕족이 묻힌 곳을 통틀어 ‘왕릉’이라 부른다?
● 조선의 대표적 왕릉은 어디?
 

 

Q1 . 조선 왕릉의 입지는 풍수지리에 따른 명당이다?

 

A1. 그렇다. 조선 왕릉은 강원 영월의 1기(단종 장릉)를 제외하고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이는 왕릉을 한양 4대문으로부터 10리~80리 구간 내에 세워야 한다는 왕실 법도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물리적 거리 법칙을 따른 것 외에도, 왕릉은 길지(吉地)에 위치해 있다. 예부터 우리나라 조상들은 사후 세계를 중시했는데, 이러한 관념의 연장에서 능이 자리하는 곳 주변의 풍수를 엄격히 조사한 뒤 능 조성에 착수했다. 길지에 조성된 묘여야만 이에 따라 후손이 그 음덕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 왕릉은 홍살문을 거쳐 봉분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의 헌인릉.

한편 왕릉은 결코 달랑 봉분 하나만 만드는 식의 단조로운 구조로 조성된 것은 아니다. 조선 왕릉은 홍살문을 통과해 ‘참도’라는, 돌로 된 통로를 거쳐 정자각을 지난 후 봉분에 당도하는 구조로 구성돼 있다. 이처럼 여러 관문을 거쳐서 봉분에 당도하는 동안, 수라간과 수복방 등 제례 준비를 위한 건물을 만날 수 있다.
 

 

Q2. 왕족이 묻힌 곳을 통틀어 ‘왕릉’이라 부른다?

 

A2. 아니다. 왕족의 무덤은 능, 원, 묘로 구분된다. 능(陵)은 종묘에 추존된 왕과 왕비를 모신 곳이다. 원(園)은 왕세자, 왕세자비 혹은 왕족 태생이 아니지만 종실로서 왕위에 오른 임금의 양친을 모신 곳, 묘(墓)는 왕의 자녀와 후궁 등을 매장한 곳이다.
 
한편 모든 왕이 다 ‘왕릉’에 잠든 것은 아니다. 살아생전의 부적절한 행위로 인해 차마 ‘왕’으로 추존되지 못한 연산군, 광해군은 각각 연산군묘, 광해군묘에 묻혔다. 연산군묘는 서울 도봉구에, 광해군묘는 경기 남양주에 각각 소재해 있다. 봉분의 크기나 구조 또한 다른 왕릉에 비해 더 작고 초라하다는 것이 육안으로 느껴질 정도다.

  • 왕족의 묘라고 해서 모두 왕릉으로 불린 것은 아니다. 종묘에 추존되지 못한 연산군의 능은 연산군묘(서울 도봉구 소재)로 불렸다.

 

Q3. 조선의 대표적 왕릉은 어디?

 

A3. 유네스코에 등재된 조선왕릉 40기 중 그 중요도를 판별하는 기준은 관점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중요한 왕릉인지 여부는 풍수지리적 우열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관람 접근성, 능 내부의 봉분 개수, 능의 주인 등 여러 가지 기준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그 중 가장 논란의 여지가 적은 기준은 ‘능의 주인이 누구인가’ 가 아닐까 한다. 이 경우, 동구릉, 선정릉, 영릉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동구릉

  • 동구릉에는 조선 건국 시조인 태조의 묘 건원릉(사진)이 있다.

이 가운데 경기 구리시에 소재한 동구릉은 우선 ‘동쪽의 구(九)릉’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봉분 개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이곳에는 조선 건국 시조인 태조의 능 ‘건원릉’을 비롯, 선조, 현종, 영조, 헌종 묘 등 왕릉 총 9기가 보존되어 있다. 
 

 

영릉

  • 영릉은 세종대왕의 묘로서 조선 최초의 합장릉으로 조성됐다.

경기 여주 소재 영릉은 세종대왕의 묘이다. 조선 성군으로 일컬어지는 세종대왕은 그 능의 조성 당시에도 수많은 인력과 국비가 동원됐는데, 이러한 영릉은 세종과 세종비 소헌왕후의 합장릉이다. 이는 조선 왕릉 가운데서는 최초의 합장릉으로 조성된 것이며, 무덤 안에 2개의 방이 조성돼 있다. 비록 영릉은 ‘도성 안 80리’ 기준을 벗어난 예외적 입지에 소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풍수지리적 입지만큼 왕릉 중 3대 명당으로 꼽힐 정도라 한다.
  

 

홍릉과 유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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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홍릉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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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홍릉 인근 풍경

경기 남양주시 소재 홍릉은 대한제국 황제 고종과 고종 왕비 명성왕후의 묘이다. 또한 바로 옆 유릉은 조선 마지막 왕 순종과 그의 원비, 계비가 함께 잠든 3인 합장릉이다. 홍릉, 유릉이 중요한 이유는 조선 500여 년 종묘 사직의 마지막 운명을 떠맡아야 했던 고종과 순종(그리고 각각 그의 비)이 잠들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묘의 주인과 함께 기억해야 할 사실은 홍릉에 있는 정자각의 구조라고 역사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전까지의 조선 왕릉의 정자각은 ‘정(丁)’ 자인 데 반해, 홍릉의 정자각은 ‘일(一)’자다. 이는 19세기에 대한제국을 선포한 구한말 조선의 국제적 입지를 반영한 건축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조선왕릉과 산릉 제례

 

산릉제례는 서울 종묘를 벗어나 직접 왕릉에서 지내는 제례를 일컫는다. 현재 산릉제례는 전주이씨대동종약원에서 주관하고 있으며, 제례 전일과 당일 엄숙한 예를 갖춰 제례를 봉행한다. 조선 왕조의 제례에 반영된 유교적 질서는 사대부와 민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수용돼 500여 년에 걸친 조선 왕조의 기틀을 지탱하는 역할을 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조선왕릉과 주변 관광지 둘러보기

  • 동구릉 답사하고 경기 구리시 둘러보기

 
  • 선정릉 답사하고 서울 강남구 둘러보기

 
  • 홍릉, 유릉 답사하고 경기 남양주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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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만 총 40기에 이르는 세계유산 조선왕릉! 봉분과 그 부속 건축물, 그리고 조선 역사에 관한 해박한 지식까지 갖춘다면 더욱 교양 있는 트래블피플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요?

트래블투데이 편집국

발행2016년 02월 1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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