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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는 절, 일출사


해돋이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에 대해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동진이라 대답할 것이다. 구관이 명관이라고는 하나 새해 첫 날의 행선지를 정동진으로 택하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할 것이 없는 일. 정동진보다 먼저 해가 뜨며, 심신수양의 기회를 함께 제공해 주는 곳이 있다고 한다면 어떨까. 지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순간이니, 복잡한 머리를 말끔히 식힐 수 있게 도와주는 것 또한 일출 명소의 조건이 아닐까. 안동시의 녹전면에 자리한 일출사(日出寺)를 소개한다.

                    
                

해를 맞이하는 절, '일출사'

일출사가 창건된 것은 신라 법흥왕 때요, 창건한 이는 의상대사라 전해진다. 정확한 문헌이 전해지고 있는 것은 아니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름난 승려 중 한 사람인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는 설이 전해지는 것만으로도 명찰의 조건은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여하튼 의상대사가 이 사찰에서 수행 정진하던 도중 문득 눈을 들어 산세를 바라보니 때마침 일출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한다. 일출사가 자리한 봉우리의 이름 또한 일출봉(日出峰)이니, 이곳에서 바라보는 해돋이가 어떤 모습일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일출사는 경북지역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기도 하다. 안동시에서는 일출봉 일원에서 ‘일출봉 해맞이 행사’를 열기도 하니, 매년 새해 첫날이면 일출의 장관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산 중턱이 시끌해진다. 

일출을 기다리며 듣는 이야기 한 구절

어느 곳이든 이야기가 있으면 더욱 즐겁기 마련.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다면 일출사의 경내를 한 바퀴 돌아보자. 멈춰서야 할 곳은 대웅전 앞의 작은 우물. 겉보기에는 별달리 특이하다 할 점이 없지만, 이 우물에는 재미난 전설이 전해진다. 우물을 만든 이 또한 일출사를 창건하였다 전해지는 의상대사. 일출사에 머무는 승려들이 많아지자 의상대사는 승려들을 위해 우물을 만들었는데, 사람의 힘이 아니라 신성력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재미있다. 우물에서 길어 올린 물로 첩첩산중의 승려들이 밥도 짓고 빨래도 하였으니, 그 우물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것. 신성력으로 만든 우물이어서일까, 주지 스님에게 잘못한 일이 있으면 우물의 수위가 낮아진다고 하니, 전설에 불과한 이야기라고는 해도 일출사를 조금 더 신비롭게 만들어 줄 이야기임은 분명하다.

 

일출사와 함께 보다 멋진 한 해를 꿈꾸다

해마다 1월 1일이면 일출사의 해돋이를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일출사는 처음부터 큰 규모를 가지고 있던 사찰은 아니었다. 창건 당시에는 작은 암자였기에 일출사의 옛 이름은 일출암. 고작 다섯 명의 승려가 머무르던 곳이었다. 일출암이 선사하는 일출의 장관에 반해서였을까, 일출암을 수행 장소로 삼고자 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 일출암의 승려는 곧 100여 명에 달하게 되었다. 이 또한 의상대사의 생전에 있었던 일이니 그야말로 괄목상대할 성장이었던 셈이다. 

일출암이 일출사로 변모를 꾀하게 된 것은 1950년대의 일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문화재를 잃고, 폐사까지 겪은 다음의 일이니 이 또한 일출사에 거처를 두었던 100여 명의 승려만큼이나 놀라운 일이다. 지금 일출사를 찾으면 크게 대웅전과 산신각, 요사채로 구성된 비교적 아담한 경내를 감상할 수 있다.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 내리락 하기를 반복한 끝에 ‘명소’라는 수식어와 함께 사랑받게 된 사찰이니, 일출사의 역사를 되새김질 해 보는 것이 새해의 마음가짐을 다잡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 일출봉을 오르며 몸의 건강을, 향기로운 사찰에서 해를 기다리며 마음의 건강을 얻었으니 올 한 해도 좋은 일만 가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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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21년 12월 27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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