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에는 추위와 옷깃을 파고드는 칼바람이 마침내 잔잔해지고 봄꽃들이 앞다투어 망울을 터뜨릴 무렵, 따뜻한 봄기운이 느껴질 무렵. 딱 그 무렵의 일이다. 지난 2010년 3월 26일 밤 9시 22분경,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경계 업무를 수행하던 천안함은 북한 잠수정의 갑작스러운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다.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전사하였고, 그중 상당수는 어린 자녀들을 둔 한 가정의 아버지거나 이제 갓 사회로 나온 어린 친구들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후 실종자들을 위해 탐색 작전을 벌이던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폭파대(UDT) 소속의 한준호 준위가 순직하고, 수색을 돕고 돌아가던 저인망 어선 금양 98호가 침몰하여 선원 9명이 전원 사망하는 등 천안함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채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잊혀 간다. 천안함과 동일재원의 초계함인 포항함이 포항함체험관으로 거듭나게 된 이유다.
안보의식 높이는 체험교육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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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함은 약 30년간 우리나라의 영해를 수호하는 임무를 완수하고 지난 2009년 6월 퇴역한 초계함이다. 우리 기술로 건조된 국산 초계함으로 지난 1986년 동해 최전방에서 북한의 무장 선박을 침몰시키는 공을 세운 바 있다. ‘포항’이라는 지명이 들어간 것이 연이 되어 처음 포항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것이 1987년의 일. 이후 23년간 함정 공개 행사, 상호 초청행사, 장학금 및 위문품 전달 등을 통해 끈끈한 우정을 다져왔다. 포항시가 퇴역한 포항함을 인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퇴역한 지 1년 만인 2010년 6월 12일 포항시민의 날을 맞아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된 포항함은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하는 상황에서 안보의식을 고취시키에 적합한 체험교육의 장으로 거듭난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홍보관과 안보관, 격실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천안함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국군 장병을 위한 추모 공간과 고 한주호 준위의 일대기 등이 마련되어 있어, 해마다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3월 26일이면 수많은 추모객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잊지 않겠다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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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함체험관은 포항시 남구 송도동의 동빈큰다리 옆에 있다. 퇴역한 이후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장엄한 모습이다. 포항함체험관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다름 아닌 함정 안내문이다. 조국 영해수호의 임무를 완수하고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개방하게 되었다는 안내문과 함께 경건하고 정숙하게 관람해 달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포항함체험관의 계단에 오르면 맨 먼저 보이는 것은 쌍열기관포다. 이 밖에도 선상에는 폭뢰 투하대, 어뢰 발사관, 엑조세 미사일 발사기 등 다소 생소한 군함 시설들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 시설들에 대한 설명은 표지판을 통해 친절히 쓰여 있다. 좁은 입구를 통해 함정의 실내로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홍보관을 만난다. 홍보관에는 포항함의 건조에서부터 퇴역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해군 홍보 동영상, 현재 해군에서 취역 중인 함정 등을 소개하는 내용이 전시되어 있다.
한편, 안보관에는 천안함 수색작업 중에 순직한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폭파대(UDT) 소속의 한주호 준위와 46인의 천안함 전사자를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람 좋은 인상과 앳된 얼굴을 한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든다. 벽면에는 이들을 추모하는 많은 메시지가 붙어 있다. 잊지 말아야 할 일임에도 쉽게 잊히는 일들이 많은 세상에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천안함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잠시나마 위안을 얻는다.
포항함체험관은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기억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체험의 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라면 교육의 의미도 있어서 더욱 좋겠죠?
글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01월 23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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