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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숨결이 어린 고택


역사 속 인물을 만나는 방법이야 많겠지만 그의 숭고한 숨결을 느끼기에는 고택만한 곳도 없다. 반가의 미덕은 물론이거니와 삶의 가치관을 좇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집의 전통적 도덕관이나 가치관이 대대손손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 가풍이다. 집 안에 걸려있는 현판이나 집안 특유의 장소에서 인물에 얽힌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이렇듯 고택 속 인물을 느끼다보면 고택의 진가 또한 느낄 수 있을 터. 이제는 고택을 다양한 시도로 볼 필요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고택에 얽힌 인물을 만나보는 것이다.

                    
                

가풍이 살아 숨 쉬는 고택

 
  • 길운이 가득한 고택

흔히 역사적 인물을 만난다고 하면 생가나 기념관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의 삶이 조금이나마 묻어나는 곳으로 삶의 행보를 이해하며 간접적으로나마 인물과 만나는 기묘한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고택은 두말 할 것이 없다. 문틈이며 집을 지은 사람의 손때며 사람들이 빠져나간 후 남은 발자국까지. 집은 허물어지기 직전까지 집의 숨결이 살아있는 것처럼 집을 알기에 그 집에 살았던 사람을 아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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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상치 않은 고택의 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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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성이 집안을 세우는 듯하다.
 

전라남도 구례군 운조루는 범상치 않은 기운이 서린 곳이다. 반가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인 99칸의 부를 자랑하는 고택임에도 불구하고 나눔을 실천하던 조선판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따로 없다. 이 집의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타인능해라는 이름을 가진 뒤주다. 누구나 뒤주를 열어 쌀을 가져갈 수 있다는 뜻으로 뒤주에는 가난한 마을 주민을 위한 쌀이 가득 담겨있다. 부가 넘칠수록 품안에 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널리 베풀며 길한 운을 서로 나누고자 했던 반가의 성품을 닮을 수 있다.

경주 최부자집으로 알려진 경주 교동 최씨고택은 9대 진사, 12대 만석꾼의 가르침이 대대손손 흐른다. 집안을 다스리는 지침으로 육훈이, 자신을 지키는 지침으로 육연이 바로 그것인데, 12대에 걸쳐 만석꾼을 유지하는 것이 집안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어찌 가능했을까. 최씨 고택을 둘러보는 이들이 유일하게 오랫동안 머무는 곳으로 자신을 돌아보며 훌륭한 인물의 위대한 성품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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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과 땅의 기운을 가득 담은 농암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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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암종택의 가지런한 돌담
 

흔히 고택의 이름을 인물의 이름이나 호를 따서 짓기 마련이다. 이처럼 이름난 인물들이 머물던 고택은 대체로 명당자리가 많기 때문에 길한 기운이 넘쳐난다. 그래서인지 역사적 인물의 위대한 기운을 얻고자 일부러 고택을 찾는 이들도 많다.
 
자연과 벗 삼아 문학을 노래하던 농암 이현보 선생의 안동 농암종택이나 충남 예산의 추사 김정희 생가로 알려진 추사고택 등이 그중 하나다. 조선 중기 때 문신으로 어부가, 효빈가 등의 자연을 노래한 농암 이현보 고택은 그의 문학작품을 대신하듯 한 폭의 산수화를 닮아있다. 뿐만 아니다. 농암종택에는 농암의 유품17개가 남아있어 농암의 숨결을 집 안에 가득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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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사고택의 당당한 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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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찾고 싶은 추사고택

추사고택은 또 어떤가. 조선 후기 대표적인 서예가 추사 김정희의 명필을 확인할 수 있다. 방마다 걸려있는 편액에서 추사체는 웬만한 그림 못지않게 정교하고 아름답다. 붓을 따라 흐르는 추사의 성품을 찾는 것도 충분히 고택에서의 즐거움이 되겠지만 집안 곳곳 그의 숨결이 묻어있는 것들을 찾는 것도 보물찾기처럼 즐겁다. 추사고택에서 600m 떨어진 곳에 놓인 백송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 몇 그루 없는 진귀한 수종으로 추사선생이 25세 때 청나라 연경에서 가져와 심은 것으로 우아한 가지가 고택과 잘 어울린다. 고택과 소나무만큼 궁합이 잘 맞는 어울림도 없다.
 

 

하룻밤 묵어봐야 진가를 안다

 
  • 고택의 진한 향기가 묻어나는 정취

집은 지은이와 산 사람의 마음과 성품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집안에 걸려있는 편액부터 뒤주, 우물, 헛간 등 멀리서 훑어보는 것으로는 고택의 진가를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 부의 기운을 느끼기 위함이든 초심을 찾기 위함이든 상관없다. 고택에 얽힌 인물들을 만나러 오는 것만으로 오래된 집에 사람 사는 냄새가 쌓인다.
 
허물어져 가는 지붕, 점점 희미해져가는 나무 냄새만 보고 고택에 머무는 것을 비켜갈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얽힌 인물들의 추억과 정신을 되새겨보며 다른 시각으로 고택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에 잠시 스쳐가는 발걸음은 다분히 아쉽다. 하룻밤은 진득하게 묵어봐야 고택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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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모델이나 멘토를 찾아가는 여행이 멘토여행이라면, 고택이 멘토여행의 종착역이 아닐까?

트래블투데이 편집국

발행2015년 01월 0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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