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백제시대부터 내려온 소중한 풍경

공주 10경 중 첫 번째는 계룡산 서쪽 기슭에 자리 잡은 갑사다. 갑사는 내원암, 신흥암, 대성암, 대적암, 대자암 등을 부속 암자로 지닌 거찰이다. 일주문을 거쳐 경내까지 이르는 길은 오래된 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오리 숲이다. 평균 수령 150년이 넘는 고목들이 운치 있게 늘어서 있는 길이 펼쳐져 계절마다 진한 감흥을 선사한다. 갑사분소 건너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다. 공원을 지나면 맑은 개울과 멋진 길이 나타나 산행의 즐거움을 한층 더해준다. 이 길을 따라서 오르면 갑사 철당간(보물 제 256호)과 대적전을 볼 수 있고, 그렇게 감상에 젖어 걷다 보면 어느새 경내에 도착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두 번째 풍경은 민족의 영산 계룡산이다. 예로부터 산신이 사는 성산으로 여겨져 민족의 영산이라 불려 온 계룡산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의 도읍지로 삼으려 했다는 일화가 있으니 풍수 지리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곳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공주 10경 가운데 으뜸이라 부른 사람이 많으며 어찌나 산세가 수려하고 명소가 많은지 계룡산 내에서도 8경이 존재할 정도이다. 제1경 천황봉 일출, 제2경 삼불봉 설화(雪花), 제3경 연천봉 낙조(落照), 제4경 관음봉 한운(閑雲), 제5경 동학사 계곡의 숲, 제6경 갑사 계곡의 단풍, 제7경 은선 폭포, 제8경 오누이탑 등이 있다.
 

공주가 자랑하는 세 번째 풍경은 곰에 얽힌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고마나루다. 고마나루 앞에는 아름다운 금강이 흐르고 건너편으로는 연미산이 보인다. 서쪽으로 흐르던 금강이 갑자기 남쪽으로 방향을 바꿔 흐르는 곳이라 백사장이 잘 발달하여 있다. 공주시의 옛 지명이었을 정도로 커다란 의미가 있는 곳으로 웅진수신지단을 볼 수 있다. 국가에서 주관하여 제사를 지내는 두 장소 가운데 하나로, 계룡산에서는 산신에서 제사를 지냈다면 고마나루의 웅신단은 산천의 신령에게 수신제를 지내던 곳이었다.

네 번째 풍경은 우리나라 열두 번째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공산성이다. 공산성은 웅진 백제 시대 이후로 천 년 이상의 세월 동안 세월과 시대의 변천을 겪으며 공주와 함께 해온 역사의 장이다. 백제 때의 건물지를 비롯하여 통일신라, 고려, 조선 시대의 건물지가 산재해 있어 더욱 깊은 의미가 있다. 백제의 세력이 약해졌을 때 다시 백제를 일으켜 세우고 부흥기를 이끈 역사의 장이다. 금강을 따라 조성된 공산성 정자에 오르면 금강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다섯 번째 풍경은 태고부터 우리 선조의 젖줄이 되어 삶의 터전을 만들어 나가게 도와준 금강이다. 금강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 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지역의 뿌리가 되어왔다. 공주의 중심부를 흐르며 공주의 여러 명승지를 탄생시켰고 금강과 어우러진 주변 풍광이 더욱 빛을 발하게 한다. 이러한 금강의 모습과 의미에 매료된 시인 묵객들의 발길이 예로부터 끊이지 않았다. 공주 금강의 명물이라 불리는 금강철교와 공산성이 금강과 3박자를 이루어 더욱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여섯 번째 풍경은 고요한 자연의 생태를 만날 수 있는 금학생태공원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저수지와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주미산이 어우러져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저수지 위로 비치는 주미산의 풍경을 보는 것도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 수변 산책로는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초대하는 안내원이다. 수변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 공원 곳곳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으며 특히, 청초한 꽃이 고요한 저수지의 분위기를 한층 더해주는 생태습지가 일품이다.
 

일곱 번째는 태화산 기슭에 자리한 마곡사다. 마곡사는 예부터 풍수지리적으로 물과 산이 태극형을 이루고 있어 전란을 피하기 좋은 십승지지로 알려져 왔다. 창건 당시 30여 칸에 이르는 대가람이었는데 현재는 대웅보전, 대광보전, 영산전 등 일부 보물들이 남아 있다. 구한말 명성왕후 시해에 가담한 일본인 장교를 죽이고 옥살이를 하던 김구 선생이 탈옥하여 지낸 곳으로 유명하며, '춘마곡 추갑사'라는 말이 있을 만큼 봄 풍경이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마곡사 둘레를 도는 숲길이 산책로로 사랑받고 있다.

여덟 번째는 발굴 당시 '세기의 발견'이라 불렸던 무령왕릉이다. 무령왕릉은 지난 1971년 7월 송산리 고분군의 배수로 공사중 우연히 발견되었다. 당시 왕릉 내부의 지석에는 무덤의 주인이 '무령왕'이라는 사실이 분명히 적혀 있었는데, 이처럼 삼국시대 무덤의 주인이 밝혀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왕릉 내부는 벽돌식 아치형으로 이뤄져 있어, 당시 백제인들의 건축기술이 고도로 발달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으며, 무령왕릉에서는 4천여 점이 넘는 유물이 발견되었다. 왕릉은 보존을 위해 90년대 영구 폐쇄되었고, 현재는 왕릉의 실제 모습을 재현해놓은 전시공간만 열람할 수 있다.
 

아홉 번째 풍경은 공주 지역에서 구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석장리 유적이다. 공주 석장리 유적은 평지 유적으로 구석기인의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돌을 깨뜨려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는데 주먹도끼, 찍개, 찌르개, 긁개, 밀개, 새기개 등이 있다. 잘 정돈되고 수려한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석장리의 풍경을 감상하고 나면 석장리 박물관에 방문하여 구석기 시대의 생활상과 출토유물, 관련 자료 등을 둘러보는 것도 잊지 말자. 

공주의 역사와 자연을 보여주는 마지막 풍경은 금강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뽐내고 있는 창벽이다. 창벽은 청벽산에 속한 절벽으로 청벽 또는 창벽이라 부르는데, 금강에 이르러 갑자기 뚝 끊기듯 기암절벽을 형성한 모습이 기기묘묘하다. 금강과 수직을 이루는 이 기암괴석은 예로부터 금강의 비경 중 으뜸이라 불려 왔다. 조선의 문장가 서거정도 중국에는 적벽이 있고, 조선에는 창벽이 있다며 극찬한 바 있다. 기암절벽에 뿌리를 내린 수목들이 바위와 조화를 이루어 풍광이 좋으며, 계절마다 색채를 달리하여 언제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