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이라 하면 으레 경남 합천에 있는 가야산 국립공원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충남 예산군에도 동명의 산이 존재한다. 본래 ‘상왕산’(象王山)이라 불리던 이 산은 통일신라시대 때 산 아래 ‘가야사’라는 절이 지어지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혹자는 합천의 가야산과 구분하기 위해 ‘충남 가야산’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현재는 수덕사가 있는 덕숭산 지구와 함께 덕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바다의 향기가 느껴지는 곳
가야산의 주봉은 가사봉(또는 가야봉)으로 해발 677m다. 다음으로 높은 봉우리는 석문봉으로 해발 653m. 그 옆으로는 621m의 옥양봉이 병풍을 펼친 듯 서북쪽을 에워싸고 있다. 가야산의 산줄기가 뻗어나간 동쪽에는 서원산(472m)이, 남쪽으로는 원효봉(600m)이 우뚝 서 있다. 이처럼 600m급의 봉우리가 즐비한 가야산은 해발이 낮은 산치고는 드물게 놀라운 상승감을 보여준다. 내륙 지방의 산과는 달리, 바다와 제법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해와 가까운 데다, 바다를 거쳐 온 편서풍이 산봉우리에 부딪히면서 자연히 웅장한 산세를 가지게 되었다. 이 때문에 해발 1천 미터 높이의 산들이 부럽지 않을 만큼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며, 이따금 편서풍이 지형운을 만들어 그림 같은 운해의 모습을 그려낸다고. 예산 8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며, 특히 겨울철 설경이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비경이 함께하는 가야산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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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의 산행코스는 덕산면 상가리에서 시작해 원점으로 돌아오는 회귀 코스와 해미읍에서 일락사와 석문봉을 거쳐 덕산면 상가리로 하산하는 코스가 있다. 대개는 남연군묘에서 계곡을 거쳐 석문봉으로 오르는 코스를 택한다. 가야산 산행에 있어 가장 큰 즐거움을 꼽자면 단연 자연을 두 눈에 오롯이 담는 일이다. 가야산은 봄이면 진달래가, 가을이면 억새풀이, 겨울이면 아름다운 설경이 펼쳐져 등산객들을 즐겁게 한다. 억새 능선을 따라 30분 정도 오르면 바위 봉우리를, 그곳에서 10분 정도 더 가면 석문봉 정상에 다다른다.
석문봉은 다시 가야산 봉우리 중에서도 가장 많은 바위가 있다고 알려진 옥양봉으로 가는 능선과 이어진다. 안내 표지는 물론 등산로도 잘 정돈되어 있어, 어린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산행에 오를 수 있다. 한편, 석문봉에서 북동측 능선을 따라 계곡 쪽으로 들어서면 폭포를 지나 남연군묘로 곧바로 하산할 수 있다. 그러나 최고봉인 가사봉을 빼놓고 하산하면 섭섭하다. 가야산 최고봉인 가사봉으로 오르는 길은, 산길이 험하지 않으면서도 중간중간 조망이 빼어난 암봉들이 펼쳐진다. 가야산의 참 비경을 보고 싶다면 최고봉인 가사봉까지 올라보기를 권한다.
가야산이 품은 소중한 문화유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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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령산맥 줄기에 자리 잡고 있는 가야산은 규모는 작지만 많은 문화유적을 간직하고 있는 명산이다. 신라시대 때는 산사를 짓고 나라에서 제사를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선시대 때는 덕산현감이 봄, 가을로 제를 올렸다고 전해진다. 덕숭산 지구와 함께 덕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흥선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 이구의 묘와 1871년 흥선대원군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보덕사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흥선대원군이 이곳에 남연군묘를 세운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당시 풍수지리가가 가야산 옥양봉 남쪽 기슭에 있던 가야사 자리를 가리켜 ‘2대에 걸쳐 황제가 나올 자리’라고 했다는 것. 이에 흥선대원군이 가야사를 부수고 남연군의 묘를 세웠으며, 이후 고종이 왕으로 등극하면서 묘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보은의 뜻으로 보덕사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아름다운 절경과 소중한 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가야산! 암봉마다 펼쳐지는 뛰어난 경관이 보고 싶다면, 충남 예산군에 있는 가야산으로 떠나보세요.
글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11월 13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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