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한 마을에 우애 좋은 형제가 살았다. 형제는 마을에서 따로 농사를 짓고 있었다. 가을이 되어 벼를 수확하자 형제는 서로의 얼굴을 떠올렸다. 형은 결혼을 하여 새로 살림을 차린 동생을 생각하며 밤중에 몰래 자신의 볏단을 동생의 논에 가져다 놓았다. 동생은 식솔이 더 많은 형님을 생각하여 마찬가지로 자신의 볏단을 형의 논에 가져다 놓았다. 다음 날 아침, 서로의 볏단이 줄지 않은 것을 확인한 두 형제는 매일 밤 형과 아우의 논에 볏단을 옮겨다 놓는다. 그러다 유난히 달이 밝은 어느 밤, 달빛 아래에서 서로를 발견하고 울며 부둥켜안는다.
돈독한 형제애를 느낄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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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논에 밤마다 남몰래 볏단을 옮겨 놓다 우연히 마주치게 된 두 형제의 이야기. 대한민국에 살면서 ‘의좋은 형제’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이야기는 지난 2002년까지 약 40여 년 동안 꾸준히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어온 민담이다. 이것은 고려 말에 실존했던 이성만과 이순의 이야기가 민담 형식으로 변이되어 전해져 온 것이다. 조선 시대로 넘어오면서 세종대왕이 즉위한 이후, 왕의 비서실장인 지신사(후에 도승지로 명칭이 바뀜)였던 하연이 주청을 올리면서 이 민담은 더욱 널리 퍼졌다. 덧붙이자면 세종대왕은 다른 많은 공적 외에도 삼강행실도 등을 편찬하면서 효(孝)와 예(禮) 등 미풍양속에 힘쓴 군주이기도 하다.
옛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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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에는 책 속에서만 보았던 이 이야기를 글이 아닌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미담으로만 알았던 이야기는 1978년 예당저수지의 물이 빠지면서 연산군 대에 세워진 의좋은 형제의 효제비가 세상에 나타나게 되면서 실화임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예산군 대흥면에 지난 2011년 ‘의좋은형제공원’이 개장했다. 이곳은 형제간의 돈독한 우애를 느낄 수 있는 체험학습장이자 관광명소로 알려졌다.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동생 이순의 집을 만난다. ‘ㅡ’자형의 단출한 초가집 형태로 소박한 옛 서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아궁이와 식솔 수만큼 가지런히 쌓인 그릇과 수저. 밥을 짓는 아낙의 모형 등 옛이야기 속 모습 그대로다.
동생의 집에서 작은 연못을 지나면 형 이성만의 집에 이른다. 물지게가 세워져 있는 우물가 옆으로는 누렁이의 집이, 다시 그 옆으로는 황소를 몰며 쟁기질하는 농부의 모형이 세워져 있다. 비록 모형이지만 옛 농촌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형 이성만의 집은 ‘ㄱ’자형 초가집 형태다. 집 안쪽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가족들이 식사하는 모형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의좋은형제공원 중에서도 포토존으로 인기가 많다. 형네 가족들과 함께 한 식구처럼 빙 둘러앉아 밥을 먹는 장면을 찍을 수 있기 때문.
의좋은형제공원 한 걸음 더 들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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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좋은형제공원에서는 매달 ‘의좋은 형제 장터’를 열고 있다. 이 장터는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개장한다. 이 장터는 40여 년 전 예당저수지 축조와 함께 사라진 ‘대흥장터’를 살리고 싶다는 주민들의 염원에 따라, 지난 2011년부터 운영됐다. 이 장터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직접 재배하고 생산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험코너, 놀이마당 등도 체험할 수 있다. 2015년부터는 ‘의좋은형제축제’를 시행하는데 전야제부터 콘서트, 뮤지컬, 합동 풍년제, 불꽃놀이 등 다양한 행사로 3일 동안 축제가 계속된다.
주말에는 자전거 대여도 가능하다. 의좋은형제공원이 속해있는 충남 예산군 대흥면은 중부권 최초로 ‘슬로시티’에 지정된 바 있다. 따라서 주말에 이곳을 찾아 자전거로 여유 있게 의좋은형제공원을 둘러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고, 매력 있는 여정이 아닐까. 너무 바쁜 나머지 가족도, 여유도 잊고 사는 우리의 모습을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여행이 되리라고 믿는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훈훈해지는 ‘의좋은 형제’ 이야기를 실제로 만나볼 수 있는 의좋은형제공원. 형제와 가족 간에 사랑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는 우애 여행, 어떠세요?
글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11월 30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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