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은 언제고 특별한 존재였다. 그 ‘특별함’이라는 것이 동그란 보름달을 보며 기분 좋은 탄성을 내지르곤 하는 데에서 그치는 일은 아니다. 우리 선조들은 보름달이 휘영청 뜬 날이면 달을 벗 삼아 술 한 잔을 즐기곤 하였으며, 서양에서는 달의 빛깔까지를 크게 염두에 두고 있어 달과 관련된 마법에 대해 숱한 문헌들도 있으니 재미있는 일이다. 

달빛은 수많은 이야기를 낳기도 했다. 달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모두 늘어놓아 보자면 아마 끝이 없을 것이다. 신비로움과 여성성, 낭만이나 마법, 로맨스와 같은 상징으로 쓰였던 달은 숱한 영화나 소설, 드라마와 같은 스토리텔링 속에서 빛을 발하기도 했다. 나아가 보자면 외계인이나 산타까지도 달빛을 배경으로 우리에게 찾아오는 것이니, 달빛 아래 벌어지는 마법은 항상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동반하고 있기도 하다. 달빛의 마법은 세대와 세대를 넘어, 또 국경과 국경을 넘어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일 년 중 달이 가장 밝은 날인 정월 대보름에는, 달빛의 의미를 조금 더 특별히 여겨보지 않을 수 없겠다. 정월 대보름이 설과 같은 무게를 가진 ‘민족 대명절’인 것은 비단 정월 대보름을 기점으로 하여 봄이 움트기 때문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조상들은 휘영청 밝디 밝은 보름달이 뜨는 정월 대보름에 풍작, 다산, 풍요와 같은 소원들을 빌곤 하였고 이러한 세시풍속은 지금까지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정월 대보름을 기념하여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축제들에는 으레 소원지를 쓰는 행사가 포함되어 있으며, 달에는 물론 달집을 태우면서까지 소원들이 줄을 잇는다. 간절하기는 하나, 달을 맹신하여 소원을 비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달빛 가득한 마음 편한 순간이라면 어떤 소원이든 조금은 더 특별히 새겨질 것이라는 믿음과 같은 것들이, 달빛 아래 모여든 이들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달이 밝은 날, 정월 대보름. 소원 하나씩을 마음에 품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들이야말로 달빛의 힘이요, 달빛이 선사한 마법 같은 순간인 것은 아닐까. 모쪼록 이 정겨운 풍경이 다음, 그다음 세대를 넘어서까지 고요히 이어지기를. [트래블투데이]도 달집 위에 소원 하나를 얹어 놓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