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새벽에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린다. 뚜벅뚜벅 발소리도 들려온다. 인기척에 밤새 잠잠하던 곡성 섬진강의 침실습지가 딴 곳보다 일찍 눈을 뜬다. 그리고 하루를 시작하기에 앞서 그를 찾은 이들에게 문안인사 한다. 도보운동을 하는 주민과 장관을 목격하려는 방문객 모두를 공평하게 맞아 장엄한 물안개를 꽃피워낸다.
섬진강과 자전거길, 기차마을, 그리고?
섬진강은 전북의 팔공산에서 발원해 남해의 광양만으로 흐르는 강줄기로, 두꺼비 섬(蟾) 자를 넣은 명칭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바로 1385년 왜구가 강 하구로 침략해왔을 때 수십만의 두꺼비 떼가 울어 그들을 광양으로 쫓아냈다는 전설이다. 이러한 섬진강의 중류지역에는 자전거길과 기차마을이 조성돼 있는데, 전자는 라이딩이 취미인 이들에게 유명하다. 전북 임실과 전남 광양을 이어 완주에 9시간 40분이 걸리는 149km의 국토종주로이자, 전국의 자전거길 중 자연미로 손꼽히는 길이기 때문이다. 후자 또한 갖가지의 수목 속에 레일바이크, 관광용 증기기관열차, 장미공원 등 즐길 거리가 다양해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외에도 놓치면 후회할 장소가 하나 더 있다. 같은 중류지역, 그러니까 강변을 따라 정비된 자전거길을 타고 오르면 기차마을에 접하는 근방에서 볼 수 있는 생태지이다. 고달면 고달교와 오곡면 오지 1교 사이에 위치해 있는 곳, 이곳의 이름은 침실습지이다. 마치 나팔꽃이 햇살을 받아 개화해 아침을 알리는 것처럼, 침실습지는 매 새벽이면 공기 중에 자욱한 물안개를 뿜어낸다. 그래서 독특하게도 해가 뜨기 전부터 자연경관이 수려한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는 중인데 여기에도 한번 들려보면 어떨까?
밤안개? 아니오, 멋스러운 새벽안개
1
2
한낮의 쨍쨍한 햇살을 받으며 녹음을 흩뿌리는 산천초목도 아니고, 저녁노을에 젖어드는 강가와 나른한 대기도 아니다. 잠잠한 호수에 파면을 일으키는 물방울처럼 고요한 새벽녘에 파동을 전하는 안개는 오로지 침실습지만이 보여줄 수 있는 광경이다. 이것이 특별한 생태관광을 찾고 있는 트래블피플에게 침실습지가 정답인 이유이다. 수풀도 나무도 모두 잠든 녹지에 안개는 천천히, 그리고 촉촉이 모든 것을 적셔간다. 일교차가 클수록 경관은 더욱이 장엄해진다. 그 신비하고도 몽환적인 분위기에 취해있노라면 잠에서 덜 깨 비몽사몽한 정신이 더욱 잠기는 것 같다.
하지만 이내 차가운 바람이 머금은 습기에 눈을 번쩍 뜬다. 공기는 찝찝하지 않고 오히려 청명해서 깊이 들이마시다가 다시 내쉰다. 아직 해가 환하지 않기에 가볍게 내려앉은 어둠도 침실습지 새벽안개의 트레이드마크다. 사람으로 친다면 무심한 듯 시크한 매력이랄까. 자꾸만 보고 싶은 침실습지의 물안개 위에 마침내 햇살은 불투명하게 번진다. 연노란 색채가 더해지는 강가에는 수북한 왕버들이 함께하여서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그 아름다운 풍경이, 영감을 얻고자하는 시인에게는 단숨에 감성을 선사하고 마음이 심란한 이에게는 걱정과 불안을 잠재워줄 것 같다. 때문에 사람들의 카메라와 두 눈은 바삐 움직일 수밖에 없다.
국가습지 보호지역이 될 만한 가치
1
2
지리학적으로 곡성은 수 군데에서 온 강물이 합쳐 유유히 흘러감으로써 섬진강과 대황강 유역에 습지와 모래사장이 형성되었다. 모래사장의 모래는 무척이나 고와서 섬진강 대신 모래가람, 다사강, 사천이라 불릴 정도였고, 침실습지 또한 228만 6740제곱미터에 달하여 내부에 다양한 서식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이러한 배경 아래 자연생태환경 정밀조사 결과, 수달, 흰꼬리수리, 삵, 남생이, 새매, 큰 말똥가리, 새호리기 등 1, 2급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발견되었고 그뿐 아니라 양서류, 곤충류 등을 포함 총 638종이 서식함이 밝혀져 가치를 널리 알렸다.
고로 침실습지가 머지않아 국가지정 습지가 될 전망이라 한다. 그간 생태습지의 중요성과 미래 가치를 중점으로 하여 군과 주민들이 수차례 논의를 해왔고 환경부 산하의 국립 습지센터에서도 조사가 이뤄진 덕이다. 그리하여 보호지역 지정이 희망적인 상황에 다다랐으니 앞으로 이곳의 훌륭한 보존과 유지를 기대해봄직 하다. 한편 프랑스와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습지 복원에 예산을 쏟고 있다는데, 홍수와 가뭄을 조절하는 외에도 습지가 무궁무진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재조명을 받고 있는 침실습지인데 트래블피플이 직접 방문해 그 가치를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다만 야생생물의 서식지인 만큼 예절은 지켜야하겠다.
새벽에 맞이하는 자연은 또 다른 감상을 주죠. 침실습지에서 그 선물을 열어봐요~ 후회하지 않을 추억이 될 거예요!
글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11월 06 일자
해당 콘텐츠에 대한 기여도 기사+사진 기사 사진 오류수정
테마리스트 페이지 버튼 테마별 기사리스트 페이지로 이동
테마리스트 해당기사와 같은 테마기사 리스트
테마리스트 바로가기 버튼 테마별 리스트 정보제공
핫마크 콘텐츠에 대한 중요도 정보
콘텐츠호감도
콘텐츠들에 대한
트래블피플의 반응도
사용방법 안내버튼 설명 페이지 활성화
함께하는 트래블피플
트래블파트너, 슈퍼라이터,
파워리포터, 한줄리포터로 구성된 트래블피플
스크랩
마이페이지
스크랩 내역에 저장
해당기사에 대한 참여
추가정보나 사진제공,
오탈자 등 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