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좀 선선해질 무렵이면 길을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만날 수 있다. 동네 주변의 잘 정돈된 산책로나 공원 등을 여유롭게 거닐며 서늘한 바람과 향긋한 풀내음을 만끽하노라면 새삼 이런 게 행복이고 힐링이지 싶다. 좀 더 멀리 발걸음을 한다면 주변의 사찰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다. 어느 때 찾아도 나름의 정취가 있는 곳이지만 꽃피고 단풍 물든 봄가을에는 더욱 보기 좋고 거닐기 좋은 사찰. 그중에도 신비한 전설이 깃든 오랜 은행나무를 간직한 금산 보석사로 여행을 떠나보자.
잠시만 안녕, 현실의 답답함을 벗어 던지는 곳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사찰 특유의 고즈넉함과 평온함 때문에 곳곳의 사찰을 찾는 트래블피플이 많다. 봄이 되면 경내에 만발한 봄꽃을 보기 위해, 여름에는 신록의 수목을 보기 위해, 가을에는 울긋불긋 온 천지를 물들인 단풍을 보기 위해, 겨울에는 기와를 다 덮은 하이얀 눈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사찰을 찾는다. 오늘 소개할 충남 금산의 보석사도 마찬가지. 신비한 은행나무와 산책하기 좋은 전나무 길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곳에 오면 마치 현실 세계가 아닌 듯, 자연이 전해주는 운치와 분위기에 이끌려 마음까지 덩달아 상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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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사는 꽤나 유서 깊은 절이기도 하다. 신라 헌강왕 12년(866년)에 조구대사가 세운 절로, 절 앞산에서 발견한 금으로 불상을 만들었다는 데서 ‘보석사’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 그러나 비단 금으로 만든 불상 때문에 이름이 ‘보석사’가 된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것을 경내를 조금만 돌아다니다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이곳을 울창하게 둘러싼 수목과 경쾌히 흐르는 시냇물의 조화가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 주변에는 절경을 자랑하는 12폭포가 있기도 해 마치 동양화 속 한 폭의 그림인 듯, 자연 속 유유자적 풍류를 즐기는 선비가 있을 것만 같다. 이렇게만 보아도 그 어떤 보석보다 빛나고 귀하지 않은가.
경내는 대웅전을 비롯해 기허당, 의선각, 산신각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중 의선각은 의병대장 영규대사가 머물렀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경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조국 수호를 향한 뜨거운 투쟁 의지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자연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금산 보석사에서 일상의 고단함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 많은, 보석사 은행나무
금산의 대표 명물이자 국내 은행나무 중 가장 오래된 나무인 보석사 은행나무. 1100년 된 수령을 자랑하는 이 나무는 보석사가 처음 생겨났을 때부터 제 자리를 지켜왔다. 원래는 여섯 그루였던 것이 시간이 지나며 한 그루의 나무로 합쳐졌다고 전해지나 워낙에 나무가 크고 나무줄기가 굵어 그런 듯싶다. 나무가 얼마나 크고 우람한지 아파트 11층 높이에 맞먹을 만큼 대단한 크기를 자랑한다고. 놀라운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오랜 세월을 버텨온 만큼 마을을 지켜주는 신목으로 자리 잡은 이 나무에는 영험한 기운까지 있다고 한다. 나라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울음소리를 낸다는 사실. 물론 보통의 사람이라면 은행나무가 어떻게 울음소리를 낼 수 있냐며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사실이야 어찌 됐든 이 신비로운 이야기는 그간 은행나무가 겪어온 모질고도 오랜 세월의 흔적을 대신 말해주는 듯하다.
참, 은행나무의 뿌리 부분도 눈여겨볼 것. 뿌리 부분에는 2~3cm의 움싹 줄기가 수없이 돋아나 또 다른 신비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나이를 먹어도 멋지게 먹고 싶다는 여느 들려오는 말처럼, 나이를 먹은 나무도 이렇게 멋질 수 있음을 새삼 느껴볼 수 있을 것.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올 때면 괜히 걷고 싶어져요. 소위 ‘계절 탄다’는 말이 이런 걸까요? 이름 그대로 보석이 가득한 금산 보석사에서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느껴 보세요!
글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1년 10월 19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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