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400m의 전형적인 고원지대의 특성을 안고 있는 전북 진안은 풍부한 산림 자원을 가진 고장으로 유명하다. '물 맑고 공기 맑다'는 옛말이 이처럼 잘 어울리는 고장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청정 자연을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청정 자연에서 생산되는 농·특산물도 뛰어난 맛과 품질을 자랑한다. 그야말로 '남한의 개마고원'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곳이다. 이러한 진안을 대표하는 여덟 가지 풍경이 있다. 이른바 '진안 8경'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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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의 대표 명소 마이산의 가을 풍경. 마이산은 사계절 아름다운 명산으로 유명하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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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지대에 자리한 맑고 깨끗한 용담호(좌)와 기암절벽이 만들어내는 절경으로 유명한 운일암반일암(우).
태곳적 신비를 만나다, 마이산
산세가 말의 귀와 닮았다고 하여 '마이(馬耳)'라는 이름이 붙은 마이산은 무려 1억 년 전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명산이다. 우리의 오감을 즐겁게 하는 곳으로 그 안에 담겨 있는 자연 생태와 경관의 수려함은 눈길이 머무는 곳마다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동쪽에 숫마이봉(680m), 서쪽에 암마이봉(686m)이라 불리는 부부봉으로 유명하며, 이는 세계에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산의 두 봉우리는 계절에 따라서 각기 다른 명칭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봄에는 안개를 헤쳐 나온 두 봉우리가 쌍돛배의 모습 같다 하여 '돛대봉', 여름에는 울창한 수목으로 용의 뿔처럼 보인다 하여 '용각봉', 가을에는 '마이봉', 겨울에는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인다 하여 '문필봉'이라 불린다. 한편, 마이산은 지난 2011년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여행안내서인 미슐랭 그린 가이드에 별점 세 개의 만점을 받으며 소개된 바 있다
깨끗하고 맑은 풍경을 품다, 용담호
주천, 안천, 정천 등 진안의 대표 하천으로 유입되는 용담호는 전라북도 전역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호수다. 본래 이같은 목적으로 조성한 공간이지만, 지금은 그 수려한 자연경관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더욱 이름이 알려져 있다. 특히 교량으로 댐 일주도로가 놓이면서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정천면에서 용담면을 거쳐 댐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호수의 경관과 어우러져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라 불린다. 또 산 전면에서 안천면을 거쳐 용담호까지 이르는 코스도 인기가 많다. 용담호는 생긴지 얼마 안 되었다는 점이 오히려 매력적인데 별다른 시설물 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인상 깊고 수려한 풍경을 연출한다. 이곳에는 수몰된 실향민의 향수를 달래주기 위한 망향의 동산도 세워져 있다. 용담댐을 건설하기 위해 수몰된 실향민을 위해 수자원공사가 조성한 것으로 조망이 좋은 둔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천지산수의 절묘한 조화, 운일암·반일암
운일암과 반일암은 기암절벽의 옥수 청산으로 유명하다. 천지산수가 신묘한 어우러짐을 보여주는 곳으로 자연이 빚어낸 절경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운장산의 주자천 상류를 따라 올라가면 운일암과 반일암이 연출하는 절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운장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계류가 기이한 모습의 기암절벽과 어우러져 빚어내는 아름다움으로 폭포와 연담 등 28경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사가 나올 정도다. 주자천 계곡을 운일암과 반일암이라 부르는데 이곳이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데에는 까까 지른 절벽에 위치하여 사람의 손길을 전혀 타지 않은 덕분인지도 모른다. 한편, 운일암 반일암의 계곡은 여름철 피서지로도 인기가 높다. 그림 같은 절경 속에서 신선 놀음을 하듯 물놀이를 즐기고 싶다면, 운일암과 반일암을 찾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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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대로 구봉산과 마이산 석탑군, 운장산과 운장산 자연휴양림의 모습.
호남의 명산이 펼쳐지다, 구봉산
구봉산은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바위산으로 아홉 개의 봉우리가 뚜렷하다 하여 '구봉산'으로 불린다. 구봉산의 기암괴석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정상인 장군봉에 올랐을 때 비로소 산행의 보람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호남의 이름 있는 산을 모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명산이 눈에 들어오니 어디에 눈을 고정시켜야 할지 감도 오지 않을 만큼 진풍경이 펼쳐진다. 북쪽으로는 운일암과 반일암 계곡을 형성하고 있는 명도봉과 명덕봉이 보이고 대둔산까지 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복두봉과 운장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쪽으로는 옥녀봉, 부귀산, 만덕산이 보인다. 남동쪽으로는 덕유산과 지리산의 웅장한 모습까지 보인다. 바위 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아 있는 기이한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구봉산이 명산이라 느낄 것이다.
마음이 만든 탑, 마이산 석탑군
'진안' 하면 말의 귀 모습을 하고 있는 마이산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마이산 안에는 또 다른 명물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마이산 석탑군이다. 마이산 남쪽 사면에는 이갑용 처사가 쌓았다고 전해지는 80여 개의 돌탑이 세워져 있다. 이들 돌탑은 웬만한 성인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높지만, 거센 바람이나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게 무려 100년 이상을 버텨온 돌탑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를 경외심을 가지게 된다. 석탑군을 찾은 관광객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돌을 주워 돌탑의 가장 높은 곳에 살짝 얹어 놓는다. 수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소원과 마음이 쌓였을 것을 생각하니 괜히 마음 한 구석이 찡해온다. 가족의 건강과 화목, 자식들의 성공 등 돌탑에 비는 소원은 저마다 다르지만, 돌탑을 쌓는 마음 만은 하나일 것이다.
금강과 만경강의 분수령, 운장산
운장산은 해발 1,126m로 진안군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조선시대 대표 성리학자인 송익필 선생이 은거했던 곳이라 하여, 선생의 자인 운장(雲長)을 따 운장산이라 부른다. 과거에는 주줄산, 구절산 등으로 불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장산은 노령산맥의 주능선을 이루는 최고봉이자, 완주군과 진안군의 경계, 금강과 만경강의 분수령을 이룬다. 운장산에는 동봉, 서봉, 중봉 등 세 개의 봉우리가 있으며 이 중 중봉이 가장 높다. 또 이곳은 억새가 만연한 데 바람이 불 때면 은빛 바다가 물결치는 듯한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운장산에 오르는 길은 총 6개의 갈래가 있는데 모두 특색을 가지고 있어 여러 번 방문하여도 질리는 법이 없다. 자연 휴양림이 조성되어 있어 산행의 편리함을 더해주고 각종 시설을 이용해 휴식과 놀이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휴식이 필요한 날, 운장산 자연휴양림
운장산자연휴양림은 운장산이 품고 있는 갈거계곡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갈거계곡은 투명한 유리를 보듯 깨끗한 물을 간직한 계곡으로 유명하다. 이 계곡 곳곳에는 정밀폭포, 학의소, 제방바위 등 아름다운 비경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가 하면, 휴양림 내의 숲은 원시림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어 자연미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활엽수가 많아 잎이 우거지는 한여름에는 시원한 그늘 덕에 더위를 피할 수 있다. 또 가을철이면 이들 활엽수가 오색으로 곱게 물들어 장관이 펼쳐진다. 계곡을 따라 늘어서 있는 운장산자연휴양림의 숲속의 집은 산록과 계곡을 즐기며 머물기에 좋은 곳이다. 창 밖으로는 초록이 넘실대고 귓가에는 졸졸대는 시내 소리가 울려퍼진다. 객실 간에 다소 거리가 떨어져 있어 온전히 자신 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백운동 계곡은 여름철 피서지로 사랑받고 있다.
선녀가 놀다갈 듯, 백운동 계곡
백운면에 있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울창한 수목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수목 사이로 보이는 점전바위와 폭포가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백운동 계곡이다. 높이 5m에서 쏟아지는 폭포가 장관을 이루며 여기저기 널찍한 암반이 펼쳐져 있어 휴식을 취하기에도 적합하다. 여기에 뛰어난 계곡미를 보여주는 백운동 계곡이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고 계곡 사이사이에 기암괴석과 우거진 수목이 조화를 이루어 비경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구름이 자주 덮인다고 하여 '백운'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으며, 같은 이름을 지닌 많은 계곡들 중에서도 손꼽힐 만큼 뛰어나다. 백운동계곡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백운면 소재지에서 소로길로 접어들어 계곡을 끼고 오르면 된다. 계곡까지 찾아가는 동안에도 소박한 농가와 정감 가는 흙길, 청정 산록이 펼쳐져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뛰어난 산림 자원이 숨쉬는 진안! 자연이라는 아름다운 보물을 품고 있는 전북 진안군에서 마음 속 여유를 되찾아 보세요.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10월 0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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