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양반들이 모여 살만한 고장이라면 꼭 갖추고 있었던 것이 향교와 서원이었다. 글 읽는 선비들이 모여 때로는 동네의 일을 토론하기도 하고, 선현들의 제사를 모시며 옛 뜻을 되살리는 공간이었으니 그 시대에 미친 영향력이 크다 하겠다. 실제로 역사가 오랜 지역일수록 저명한 유학자와 서원 사이에 얽힌 설화가 내려온다. 그런 면에서 영주에도 자랑스럽게 내놓을만한 문화유산이 있다. 조선 시대에 처음으로 정부로부터 공인받은 사액서원, 소수서원이다.
죽계 넘어 송림에서 마음을 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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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서원이 처음 들어선 것은 영주 목사로 부임했던 주세붕이 안향을 배향하는 사당을 설립했을 때다. 1543년 안향의 영정을 봉안하고 사당 동쪽에 백운동서원을 설립한 것이 그 시초. 목민관의 일에는 백성들을 교화하는 임무도 있었고, 그만큼 활용하기 좋았던 것이 그 지역 태생의 유학자들을 제시하며 이를 본받도록 이끄는 것이었다. 이렇게 들어선 백운동 서원은 사당에 봉안이 된 안향이 어렸을 적 뛰어놀던 곳이기도 한만큼 그 나름의 상상을 펼치게 한다.
이 백운동서원은 1548년 퇴계 이황이 풍기 군수로 부임하면서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된다. 조정의 지원을 바라는 퇴계의 요청이 꾸준히 올라감에 따라, 당시 임금이었던 명종이 백운동사원에 새로운 사액을 내리고 사원에 필요한 보조금을 지원하면서부터였다. 이때 받은 이름이 바로 소수서원이다. ‘이미 무너진 유학을 다시 이어 닦게 한다’라는 뜻으로, 처음에 배향되었던 안향이 성리학을 받아들이고 조선 성리학의 토대를 이루었던 업적을 뜻하는 데에서 붙인 것이다.
조선 최초의 사액서원인 만큼 그 구조도 번듯하다. 바깥문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생단과 경렴정이 보인다. 서원에서 제사를 올릴 때 그 제물을 미리 검사하며 품평하던 곳이 생단이다. 그 반대편에 있는 경렴정은 죽계와 경자바위를 볼 수 있는 조선에서 가장 오래된 정자 중 하나. 그 당시 유생들이 일과를 마친 뒤 진지한 토론을 전개하거나, 죽계를 따라 심어진 송림을 보며 피로를 풀었던 곳이다. 가을이 찾아올 무렵이면 색색의 단풍이 그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자유로운 배치, 녹아드는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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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서원의 배치도를 보았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학후묘 내지 전묘후학과 같이, 건물 배치 구조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세워진 서원 중 하나인 만큼 상대적으로 이런 형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 바깥문을 지나 들어가면 학생들이 수업을 들었던 명륜당이 가장 먼저 나온다. 그 뒤편에 있는 것은 직방재와 일신재다. 서원의 원장과 교수들이 기거했던 곳으로 그 사이에 있는 방은 서원의 일꾼이었던 재임들이 지내던 공간이다. 그 왼쪽에는 학생들이 봐야 할 책을 보관했을 장서각. 그 왼쪽에는 안향의 위패를 모셔놓은 문성공묘가 위치해 있다. 문성공묘 주변에는 제사를 치를 때 쓰는 각종 집기 등을 보관하던 전사청, 그리고 서원 내의 중요한 영정을 모시는 영정각 등이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머무르면서 공부했을 곳은 어디에 있을까? 직방재, 일신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나오는 학구재, 지락재가 바로 학생들의 숙소다. 직방재나 일신재보다는 다소 규모가 작다. 기단부도 직방재, 일신재보다 한칸은 더 낮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된다는 그 당시의 사상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물이다.
소수서원은 이후 꾸준히 인재들을 배출하는 영주의 교육명소로 이름을 날렸다. 1871년 대원군이 서원을 철폐할 때도 그 명맥을 유지했던 이곳은, 지금은 영주시의 선비문화를 둘러볼 수 있는 유적지로 다시금 자리 잡았다. 매년 2회씩 제향을 지내며 잊힐 뻔했던 정신을 다시 빛나게 하는 곳. 소수서원이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리기도 힘들 것이다.
충효와 선비의 문화가 가득한 영주! 국보와 보물의 천국 부석사, 고구려와 신라의 불꽃 튀는 격전장인 죽령으로 가 역사 공부 하러 떠나보세요~
글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1년 01월 30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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