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군 관룡사는 신라 시대 커다란 사찰 8개 중 하나로 이름이 높았다 전해진다. 지금은 여러 전각이 오밀조밀한 형태로 배치되어 있지만 그 크지 않은 규모 안에 전통문화의 수준을 대변하는듯한 유서 깊은 예술품들이 들어있어 절의 과거를 짐작하게끔 한다. 또한, 한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용선대의 부처님도 근방에 있어 기원을 올리는 곳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옥천리 새말마을에서 올라가 40분 남짓, 오솔길을 넘어가면 아늑한 느낌의 관룡사가 나온다.
오솔길 너머 계단길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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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룡사를 가기 위해 산길을 타박타박 걷다 보면, 돌로 된 자그마한 장승들이 나타난다. 마주보는 모양새가 꼭 사대천왕이 절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양쪽에서 보는 구조 같지만, 생김새는 훨씬 귀엽다. 장승의 키가 2m가 넘으니 그리 작지도 않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오솔길이 평화스러워 더욱 그렇다. 이 오솔길을 지나 계단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석문이 나온다. 다른 절이면 나무를 이용해 커다란 일주문을 짓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관룡사에서는 주위에서 구하기 쉬운 돌을 타박타박 쌓은 뒤 기와를 올려 일주문을 대신했다.
석문 너머로 펼쳐져 있는 대나무 오솔길을 지나 앞마당으로 올라오면 절이 한눈에 보인다. 원음각을 비롯해 약사여래를 모신 약사전, 약사여래와 석가모니불, 아미타여래 등의 3불을 모신 대웅전 등 전각이 많지는 않다. 그 중 절 가운데에 있는 대웅전은 팔작지붕에 9칸의 규모로 이 절의 중심을 잡아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금색 단청을 입혀 다른 전각들에 비해 화려한 맛이 있는 것도 특징이다. 더욱이 이 대웅전에 그려져 있는 관음보살 벽화는 조선 후기 불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점을 높이 사 문화재청의 보물로 지정되기도 했으니 건물 자체의 내공이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이 대웅전은 나이로 따지자면 약사전보다 후배 뻘이다. 이유는 약사전만을 빼놓고 임진왜란의 불길에 모든 전각들이 통째로 사라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약사전만 그 불길을 피해 살아남은 것이 의아할 정도여서 그럴까, 영운이라는 고승이 이를 보고 약사전에 영이 있기에 불길의 독을 입지 않았다고 언급했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더욱이 약사전 대들보에서는 ‘永和五年己酉(영화5년기유)’라는 여섯 글자가 발견되었다는 것도 이 약사전의 영험함을 강조한다, 이 영화라는 단어는 340년대에 동진에서 쓰이던 연호였던 만큼 이미 그 당시 1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해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약사전이 그만큼 오래된 것도 이 절의 영험함을 보여주는 것이 된 셈이다.
바위 위에서 부처님은 무엇을 보고 있나
한편 이 관룡사에서 보고 가지 않으면 섭섭한 것이 있으니 바로 용선대다. 관룡사로부터 430m, 꼬불꼬불하게 나무 뿌리들이 뻗쳐 있는 언덕길을 올라가면 높은 바위 위에서 고고하게 앉아있는 불상이 보인다. 남북국시기, 석굴암의 본존과 똑같은 양식으로 만들어진 석가여래좌상은 산 아래의 경치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다소 네모진 얼굴이면서도 동글동글한 느낌이 있어 온화한 인상을 자아내는 것이 특징.
이 용선대의 부처님은 한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준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으면서도 중생들이 꾸준히 마음을 의탁하는 곳으로 이름이 난 데에는 약사전의 영험함과 함께 인생의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희망이 깃들어져 있었기 때문. 본디 이 불상은 남쪽으로 그 몸을 향해 옥천마을 일대를 보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랬던 것이 일본군이 억지로 불상의 위치를 돌려 산 능선을 바라보게 만들었던 것. 그렇다 하더라도 오래도록 자애롭게 마을을 바라보고 있었던 용선대 부처님이기에 중생들의 희망도 너그럽게 품어줄 듯한 인상이 물씬 풍긴다.
석장승이 인상깊은 창녕군의 관룡사. 가을날의 여유를 부처님이 바라보는 관룡사에서 느껴보는 거 어떨까요?
글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1년 09월 2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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