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그림자가 걷히고 난 그 어느 날부턴가 조용하던 마을이 시끌시끌한 소리로 가득차기 시작했어요. 그것은 다름 아닌 태안에 해수욕장들끼리 서로 자기가 더 멋있는 해수욕장이라며 싸우는 소리였지요. 해수욕장들끼리 싸우는 소리에 할미바위가 귀를 틀어막으며 말했습니다.
“아이고, 머리야.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는 고.”
그 중 유일하게 싸움에 끼지 않은 해수욕장이 바로 할미바위와 할아비 바위가 있는 꽃지 해수욕장이었습니다. 그래서 해수욕장들은 꽃지 해수욕장에 있는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를 찾아가 누가 가장 멋있는 해수욕장인지 판결을 내 달라고 물으러 갔습니다.
그중 가장먼저 만리포 해수욕장이 어깨에 힘을 잔득 주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할미바위, 할아비바위님! 태안에서 제일가는 해수욕장이라면 당연히 제가 아니겠어요? 저는 서해안에서 제일 멋있기로 3위 안에 꼽힌다고요! 그뿐인 줄 아세요? 사람들이 저를 찾으면 똑딱선 기적소리~ 만리포라 내 사랑. 이렇게 노래까지 흥얼거린다니까요!”
그러자 몽산포 해수욕장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습니다.
“허, 저는 아주 울창한 송림을 가지고 있어요. 몽산포 송림은 국내 최강으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데, 당연히 제가 제일 으뜸이죠. 게다가 나를 찾는 사람들은 맛조개를 잡는 재미까지 있다고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안 그래요?”
머리를 꽁꽁 싸매고 있던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도 판결을 내기가 어려워 해수욕장들을 돌려보냈습니다. 그러자 해수욕장들은 자신이 더 멋진 해수욕장이라는 것을 뽐내기 위해 사람들을 더 오래 머물게 하기위해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와 오물들을 눈감아 주었지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쓰레기와 오물들로 가득해져버렸습니다. 보다 못한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는 해수욕장들을 불러 모아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옛날 어느 날이었어. 평화롭던 마을에 갑자기 큰소리로 뻥!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우리 마을 앞바다가 온통 검은 그림자로 드리워졌지. 그러더니 끈적끈적하고 검은 기름때가 우리 마을 온 바다를 뒤덮기 시작했어. 숨도 쉬기 힘들 지경이었지. 기름때는 순식간에 깨끗했던 바다를 뒤덮고 바위와 돌, 그리고 바다 새들까지도 뒤덮었지.”
딴청을 하며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해수욕장들은 하나 둘 씩 점점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맑던 바다는 검은 바다로 변했고 물고기와 오리들은 떼죽음을 당했지. 바다에서 조개를 캐고 물고기를 잡아 생활하던 어민들도 한순간에 생활이 막막해진 거야. 이제 태안은 돌이킬 수 없는 버려지는 곳이라고 생각하며 두 눈을 질끈 감았어.”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다시는 이곳을 찾지 않을 줄 알았던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어. 그리고는 하얀 천을 들고 바다와 갯벌, 바위틈을 천천히 닦아내기 시작했지. 그렇게 모이고 모이던 사람들의 손이 닿는 곳이 다시 밝은 빛으로 변하더니 조금씩 검은 그림자들이 걷히기 시작했단다. 그러니 우리가 이렇게 아름답게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건 다 우리를 위해 하나 둘씩 모은 마음들 덕분이겠지.”
해수욕장들은 그제야 서로 싸우던 자신들과 쓰레기로 더렵혀진 자신들을 부끄러워하며 이렇게 해수욕장들과 깨끗한 바다로 둘러싸인 마을을 자랑스러워하기 시작했답니다. 그리고 태안의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 마음을 보답하고자 더 아름다운 절경을 선물해주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