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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의 거리

    지역인천광역시 중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지역호감도

    아버지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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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에게 짙게 풍기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
      누군가에게 짙게 풍기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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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기억을 걸어본다.
      아버지의 기억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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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 그걸로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 그걸로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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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 사진편집국
    인천 중구 호감도
    대륙, 대륙, 그놈의 대륙. 친구들이 인터넷을 보며 웃고 떠드는 소리가 거슬렸다. 중국에서 또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 나를 겨냥하여 하는 말일 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조현아, 너도 이리 와서 이것 좀 봐봐.”
    내 이름은 홍조현. 다른 이름은 훙쭈셴. 주성치는 알지만 저우싱츠는 모르는 것처럼, 아이들도 홍조현이라는 이름만을 알고 있다. 아버지는 한 때 청순 미녀로 이름을 날렸던 한 홍콩의 여배우의 이름을 따서 내 이름을 지으셨다지만, 친구들에게 조현이란 그저 남자 같은 이름일 뿐이었다. 
    내 어머니의 이름은 이연경이지만, 아버지의 이름은 훙원줘다. 나는 중국인 2세다. 
    
    아버지를 본 적은 없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셨다고만 하시고 자세한 설명을 해 주지 않으셨지만, 아마 젊은 시절의 어머니는 불법체류자인 중국인과 사랑에 빠졌을 것이다. 친척들과 아무런 왕래가 없는 것으로 보아, 그 일로 인해 집에서 쫓겨나다시피 했음이 분명하다.
    얼굴도 본 적이 없는 아버지를 그저 아버지이기 때문에 사랑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나는 아버지가 미웠다. 어머니를 미혼모로 살게 하고, 나를 아버지 없는 아이로 만든 것이 미웠다. 
    아니, 이것도 거짓말이다. 나는 아버지를 미워 한 적이 없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러니까 내 기억이 시작 될 무렵부터 아버지가 없었기 때문에 친구들에게는 다 있는 아버지가 내게만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이미 아버지가 없는 가정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아버지가 편지를 보내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버지가 보낸 편지를 아주 오랜만에 읽어 보게 된 것 뿐이다. 내게 아버지가 없는 이유가 아버지가 중국인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나는 한 달에 한 통 꼴로 도착하는 아버지의 편지를 한 번도 열어보지 않았다. 
    현관에 들어서서 신발을 벗기가 무섭게 아버지의 편지를 건네는 어머니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어머니 앞으로 온 편지에, 아버지가 다음 달 즈음에 한국에 오신다고 적혀있었다고 했다. 편지를 받아 든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바로 편지를 뜯어보지 못하고 침대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화가 나지도, 기쁘지도 않았다. 그저 얼떨떨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을 뿐이었다.
    내가 아직 글을 다 떼지 못했을 무렵에는 항상 어머니가 나를 무릎에 앉히고 편지를 읽어 주셨는데, 이제 보니 아버지는 아직도 한국말이 서툴렀다. 첫머리에 ‘사랑하는 나의 딸, 조현에게’라는 글씨가 삐뚤빼뚤하게 적혀 있었다. 어린애 같은 글씨에 웃음이 나왔다. 
    문 밖에서 내 반응을 조심스레 살피시던 어머니가 그 동안 모아 두었던 내 몫의 편지들을 가져다 주셨다. 십여 년 어치의 편지들이 상자 안에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다. 
    “네가 나중에라도 읽고 싶어질 것 같아 버리지 않고 놔뒀었어.”
    나도 모르게 고맙다는 대답이 나와 버렸다. 나는 거의 백 통 가까이 되는 그 편지들을 밤을 새워 읽었다. 단 한 번도 답장을 쓰지 않은 것에 대한 원망이 한 마디 쯤은 섞여 있을 줄 알았는데 백여 통의 편지에는 한결같은 말들이 적혀 있었다.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라고.
    
    그리고 오늘,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차이나타운을 찾았다. 오정희의 유명한 소설 <중국인 거리>의 배경이 되었던 바로 그 거리다. 잠시 심호흡을 한 뒤 중화가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버지의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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