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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의 등

    지역광주광역시 북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지역호감도

    엄마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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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굽은 등은 무등산을 닮았다. (사진제공 : 광주 북구청)
      엄마의 굽은 등은 무등산을 닮았다. (사진제공 : 광주 북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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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석대는 위태로와 보이면서도 강건한 모습이 엄마와 같다. (사진제공 : 광주 북구청)
      서석대는 위태로와 보이면서도 강건한 모습이 엄마와 같다. (사진제공 : 광주 북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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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보리밥
      엄마의 보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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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 사진편집국
    광주 북구 호감도
    지구상에서 공룡이 자취를 감추고 나서 사람들은 공룡에 대한 호기심과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공룡 발자국이나 작은 흔적조차도 놓치지 않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한반도를 샅샅이 뒤졌다. 서양 박물관에 있을 법한 공룡의 큰 등뼈라도 발견하는 날이면 큰 경사가 난 것처럼 기뻐할 것이다.
    
    엄마는 등이 굽어 마치 공룡의 뼈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다리는 홍학 모가지처럼 가늘었으며 흰 살갗은 점점 핑크빛으로 물들어 앙상한 가시나무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 엄마는 등산을 즐겼다. 엄마말로는 얇아지는 다리에 힘을 기르기 위해서라고 했고 굽어가는 등을 펴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엄마의 다리는 점점 더 가늘어졌고 등은 점점 굽어 척추 뼈가 훤히 들어날 정도였다. 
    엄마의 목소리만큼은 공룡의 소리처럼 우렁찼다. 마치 큰 화산이 분출하며 용암을 쏟아 내는 것과 같았다. 다 키운 자식들에게 기대지 않겠다며 무등산 자락 아래에서 보리밥을 파신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수다를 떨고 있으면 다 먹었으면 그만 가라고 손님들을 매몰차게 내 보낼 때도 있었고 반찬 좀 더 달라고 하면 손이랑 발이 없냐며 직접 가져다 먹으라고 호통이었다. 손님들은 그런 엄마를 노여워하지 않았다. 그저 친근한 옆집 이모쯤으로 생각했다.
    
    엄마는 무등산을 즐겨 탔다. 나도 엄마를 따라 무등산에 오른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쩍쩍하고 갈라진 돌병풍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엄마가 떠올랐다. 네모나게 갈라진 돌들이 엄마의 굽은 등 사이로 보이는 뼈와 같았기 때문이다. 엄마의 식당을 찾는 사람들도 이 돌들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를 보았을 것이다. 이 사람들도 엄마를 보고 공룡과 같다고 생각했을까? 무등산의 주상절리와 같다고 신기해하는 것일까? 그래서 엄마의 호통을 기분나빠하지 않고 웃어넘기는 것일까?
    
    엄마에게 식당일을 그만두라고 한 적이 있다. 그것도 주방일과 서빙, 카운터까지 일하는 아줌마도 두지 않은 채 혼자 운영하신다. 반찬으로 나가는 나물이나 김치, 음식부터 막걸리와 동동주까지 직접 담그시기 때문에 하나하나 따지자면 엄마는 1인 기업자나 다름없었다. 자식들이 용돈도 섭섭지 않게 주고 생일이나 어버이날, 명절 등 때가 되면 특급 수당인 양 용돈도 특별히 더 챙겨 드리는데 왜 힘든 일을 고집해서 해야 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은 적이 있다. 돈이 그렇게 좋으냐며 공룡이 발톱을 세우듯 날을 세워 엄마에게 말한 적도 있다. 그럴 때면 엄마는 소리소리 지르며 노여워했다. 
    
    어느 날은 엄마가 먼저 산에 오르자고 말한 적이 있다. 함께 오르자고 해놓고 저만치 혼자 걷고 있다. 저렇게 얇고 가녀린 다리로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매일 무등산 정기를 받아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저만치 떨어져 걷는 엄마에게 가까이 다가가 같이 가자고 말을 꺼냈다. 엄마도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엄마는 산이 그렇게 좋아? 그래서 그렇게 억척스럽게 산 아래 삶을 고집하느냐고. 그냥 산책 겸 올라갔다 내려오면 좀 좋아?”
    “그런 말 마. 공룡이 왜 사라진 줄 알어? 그게 다 퇴화돼서 그러는 거야.”
    “퇴화가 되었다고? 공룡이? 엄마는 무슨.”
    “진짜래도? 퇴화돼서 쓸모없이 사라지기 싫어. 쓸 수 있을 때 열심히 쓰는 거지. 이 몸뚱이도 그렇고.”
    
    엄마 자신도 얇아져가는 다리와 굽어가는 등이 못내 신경이 쓰였나보다. 당신의 몸이 점차 사라져가고 굳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으리라는 발버둥이었다. 그것을 헤아리지 못한 나는 엄마의 굽은 등을 말없이 매만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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