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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는 일도 이렇게 설렐 수 있다. 한 달음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담고 멈춰 선 순간.
흘러가기 위해 노를 젓는 이들을 보면서 지나간 자리를 그리는 물결을 쫓으면서.
하나의 조각상이 나오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은 깎여 나간 저 껍질의 수와 같지 않을까.
밝힐 수 없는 등을 밝혀낸 두 개의 뿌리. 석등에 불빛이 은은하듯, 마음 한 켠에 불이 켜진다.
바위가 산을 입었다. 녹색으로 물들면서도 제 빛깔을 잃지 않는 저 여유로움이란.
투박하고 또 투박하다.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조금이라도 보드라워질 수 있을까.
화분 안의 꽃은 탐스럽고 화려해서 절로 눈이 가지만 어디에서나 볼 수 있기에 들꽃을 바라볼 때 더욱 설렌다.
쉬이 옮길 수도, 부술 수도, 말을 걸 수도 없는 굳은 침묵. 그 가운데 아련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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