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예부터 꿩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제주에는 꿩을 이용해 만든 향토 음식들이 유난히 많다. 꿩은 겨울 별미다. 여름철에는 산란기여서 맛이 별로 없고, 가을부터 차츰 맛이 좋아지기 시작하여 겨울이면 그 맛이 절정을 이룬다. 오래 전, 제주 사람들은 겨울철 꿩을 잡으면 차가운 눈 위에 그대로 얼려두었다가, 귀한 손님이 왔을 때만 꿩 요리를 대접했다고 한다. 그만큼 맛과 영양에 있어 으뜸인 요리가 바로 꿩 요리다. 추운 겨울을 든든하게 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귀포의 꿩 요리 속으로 들어가 보자.
꿩 요리 중 으뜸, 꿩 메밀 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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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꿩 메밀 칼국수와 꿩샤브, 꿩육회 요리의 모습.제주의 대표 꿩 요리인 꿩 메밀 칼국수는 이름 그대로 꿩과 메밀을 넣어 걸쭉하게 끓여낸 칼국수를 가리킨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요리다. 꿩 메밀 칼국수가 나는 은은한 맛의 비밀은 육수에 있다. 꿩을 통째로 삶은 물에 뼈를 넣고 은근한 불에 장시간 우려내기 때문에 맛이 깊다. 이 육수에 메밀 면을 넣어 끓이면 비로소 제주식 꿩 메밀 칼국수가 탄생한다. 제주식 꿩 메밀 칼국수는 반죽과 면 썰기 등 모든 과정을 직접 손으로 한다. 얇게 민 반죽으로 가지런하게 썬 다음 팔팔 끓는 육수에 메밀면, 무채, 삶아 찢어 둔 꿩고기를 넣고 끓인다. 이후 소금을 넣고 간을 맞춘 다음 그릇에 담아 깻가루, 김가루와 잔파를 얹어 마무리하면 완성된다. 메밀은 본래 점성이 적어 면을 뽑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제주에서는 오직 순 메밀가루만 쓴다. 이 때문에 가벼운 젓가락질에도 면이 툭툭 끊긴다. 꿩 메밀 칼국수를 젓가락이 아닌 숟가락으로 먹는 이유다.
숟가락으로 떠먹는 칼국수는 다소 낯설면서도 왠지 모를 정겨움이 있다. 특히 정성이 가득 담긴 국물과 함께 먹을 수 있어 더욱 좋다.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요리다 보니 꿩 맛을 다소 낯설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계속 먹다 보면 특유의 꿩 향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꿩 메밀 칼국수의 백미는 은은한 뒷맛. 천천히 맛을 음미하고 씹을수록 특유의 구수함과 담백함이 전해온다. 한편, 꿩 메밀 칼국수는 동지김치, 무 나박김치, 콩나물, 마늘 줄기 장아찌 등 곁들이면 더욱 맛있다. 특히 동지김치와 곁들이면 세상 더할 나위없는 맛이 전해진다. 메밀국수와 기름기가 적은 꿩 고기의 궁합은 말할 것도 없다. 꿩 메밀 칼국수는 평소 운동이 부족한 사람과 기름진 음식으로 속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탁월한 음식이다. 메밀은 몸속 노폐물을 배출시켜 피를 맑게 해주고, 혈압을 내려주고 소화를 도와준다.
꿩 샤브샤브부터 꿩 만두까지, 꿩 요리의 무한 변신
꿩을 이용해 만든 요리에 칼국수만 있는 건 아니다. 꿩 샤브샤브부터 꿩 육회, 꿩 만두까지 그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꿩 샤브샤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머리부분과 뼈를 푹 우려내 꿩 육수를 만들어야 한다다. 이렇게 만든 육수를 팔팔 끊인 뒤, 애호박, 미나리, 쑥갓 등 야채를 듬뿍 넣어 맛과 향을 더한다. 여기에 얇게 저민 꿩고기를 담가 살짝만 익혀서 먹는다. 입 안에서 꿩 고기와 야채가 조화롭게 섞인다. 기호에 따라 소스에 찍어 먹는 사람도 있다다. 제주에서는 꿩 샤브샤브라는 말 대신 '꿩 토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꿩 육회도 있다. 먼저 꿩 가슴살을 고기 결대로 가늘게 채 썰어 놓고, 여기에 설탕, 간장, 깨소금, 참기름 등을 넣어 버무린다. 다음으로 마늘을 얇게 저며 소스를 곁들이면 육회 한 접시가 뚝딱 만들어진다. 꿩 만두는 값비싼 꿩 요리를 가장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요리다. 육류를 좋아하지 않는 어린이나 노약자,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들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진 꿩고기에 각종 야채를 넣고 양념을 한 후, 메밀가루로 만든 만두피에 만두를 빚어내면 끝이다. 육수에 넣어 꿩 만둣국으로 먹어도 좋다. 칼국수와 육회, 만두, 샤브샤브까지. 색다른 맛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주의 꿩 고기를 탐해보자!
옛날 부잣집에서 즐겼다는 귀하디 귀한 꿩 요리! 그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궁금하다면 제주 서귀포시를 찾아 보세요!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12월 09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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