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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릴 수 없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위안이 될까. 산에서 만난, 산을 덮는 산.
바지런한 손끝이 만들어낸 가지런한 풍경. 어찌 쉬이 흐트러뜨릴 수 있을까.
담 너머로 뻗은 가지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뒤꿈치를 들고 뿌리를 찾는다.
무슨 말을 하고 싶어 저리 거대한 흔적을 세웠을까. 묻고 또 물어도 침묵을 지키니 상상할 수 밖에.
물결 따라 밀려오는 것이 어찌 바람 뿐일까. 켜켜이 쌓여 오는 포말들이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무엇 하나 손 때 묻지 않은 것이 없다. 저마다의 추억을 안고서 모인 이들이 쌓인 먼지 만큼, 얼룩 만큼 왁자하다.
여행길에서는 때때로 아무런 이유 없이 걸음을 멈추어 보아야 한다.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것들이 인사를 건네 올 것이다.
동그란 꽃인 줄 알았는데 잠시 눈을 깜빡인 사이 꽃잎이 한 장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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