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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 오르면 한눈에 내려다보일 줄 알았더니 높을수록 아래의 경치는 희미해지는구나.
열기가 진 자리에도 흔적은 남는다. 그 위에 꽃송이를 피워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
서툴게 보인다 하여 서툰 것은 아니다. 저만큼 삐뚤빼뚤, 그리고도 가지런한 손길.
빛 바랜, 차분한, 흰, 맑은. 겨울의 빛깔을 수식하기에 가장 알맞은 단어가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계단 위로 언뜻 보이는 망원정의 모습이 숨을 가쁘게 한다.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서서히 드러나는 그 모습이.
어깨를 기대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늘어가는 것이 비단 마음 속에 재워 둔 것들이 많아서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이 담겼을까, 정말로 담기는 것일까. 동화책 속에서 빌려온 듯 새침한 모양새.
더 멀리 쏘아 보내려고 시위를 팽팽하게 당기는 데 집중했다. 더 멀리 바라보는 건 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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