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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끝, 빨간 봉우리가 맺혔다. 금방이라도 피어날 줄 알았는데 길어지기만 하는 봉우리.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이곳에서 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까? 인사를 하기에도 하루가 모자랄 생명의 보고.
들여다볼까, 그대로 두고 볼까. 삶의 흔적을 엿본다는 일은 왜 언제나 이리도 어려운지.
한 가지 표정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변하지 않음에 안심하고, 또 슬퍼하는 마음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담기 위해 고민한다. 인류의 진화는 그릇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허공에 자리한 것들이란 저마다 채울 자리를 마련해두고 있다. 땅에 두 발을 디딘 채 하늘을 상상하는 것은 이런 것 때문이 아닐까.
언제부터 어깨를 맞대고 서 있었을까. 나무들과 울타리, 그리고 우리들의 모습까지.
조금 더 기다리면 머리 위에 이끼가 낄 것 같다. 빈틈을 보이면 언제든 담쟁이가 올라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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