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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게 저물어가는 저녁, 오래 된 성당 앞을 밝히고 선 등 하나가 아름답다.
어디서부터 온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굴하지 않고 생명을 품은 바위는 그저 그곳에 존재할 뿐.
두 비탈이 함께 꾸민 물길. 어느 비탈에 기대어도 계곡물이 발을 적셔 줄 것이다.
창해 만큼 푸른 하늘 아래, 장군의 시선이 먼 바다를 향하고 있다.
반으로 쪼개져 갈라진 곳에서 초록이 움튼다. 세상 어디에 움트지 못할 곳이 있으랴.
비슷해 보이겠지만 모양도 색깔도 다르다고. 팔을 기울이는 각도마저 다르다는 걸 너는 알까.
꽃 위로 피어난 것이 어찌 이리도 많을까. 꽃인듯, 아닌듯, 고민하는 시간이 즐겁다.
처음은 아닐 것이다. 멋대로 다가와 쌓이는 낙엽이라든가 속까지 젖을 정도로 흠뻑 내리는 비라든가, 살포시 내려앉는 너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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