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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기엔 너무나 먼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너는 수면 위로 길게 드리워 내게 닿았다.
어느 순간, 별안간 만나는 반가운 추억 한 조각. 신호가 바뀌는 시간이 더디어 진다.
멈춤, 이라는 글자는 바래지 않고 여전히 그곳에서 외친다. 아무도 멈추지 않는 그곳에서 계속.
장독 밑에 핀 이름 모를 꽃이 오늘따라 유독 궁금했는데 멀거니 서서 보고 있으니 이름을 몰라도 웃을 수 있더라.
유리 너머로 들여다본다는 것, 유리 안에 들어있다는 것. 모두의 시선이 번갈아 교차하는 곳.
오롯이 홀로 있을 때 똑바로 쳐다보기 힘든 것이 있다. 무언가에 가려지고 나서야 오히려 더 잘 보이는 것이 있다.
반갑게 깔린 꽃길의 빛깔이 달콤하기도 하다. 걷는 동안 물에서도 꽃향기가 난다.
터만 남아 황량한 이곳에 홀로 우뚝 선 탑 하나. 남는다는 것은 어쩌면 사라지는 것보다 씁쓸한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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