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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닿지 않는 나뭇잎의 뒤편에는 고요히 숨을 죽인 채 지켜보는 무언가가 있어.
붉은 것이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기억 너머에 흔들리지 않는 깃발로 자리한, 그 두근거림.
아주 오래 전 흔적이라고 했다. 수십, 수만, 수억. 그저 물웅덩이 같은 것이 위대한 발자국이 되기 위한 시간.
위태로워 보이는 검은 돌담이 그 어떤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 이유는 바람길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 눈에 비치는 모든 풍경들의 하나의 점으로 잦아드는 자리가 있다. 어디 즈음에 서야 소실점이 보일지, 손가락을 들어 재고 또 재 본다.
아주 가끔, 안개는 우리에게 맑은 날보다 더 많은 것을 보게 한다. 이지러진 풍경 사이로 점점 더 선명해져가는 것들.
평화를 바라는 마음은 지금 평화롭지 않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인간의 무도함이 남긴 흔적이 기억되지 않을 때 평화를 이야기한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모든 것이 완벽히 맞아 들어갔다. 무너지는 것도 잊은 채 언제까지고 그곳에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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