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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마주친 쉼터에서 맞이하는 고즈넉함. 이 풍경을 보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름만큼 푸르게 시린 산의 한 자락. 어디에서 오는지, 또 얼마나 깊은지.
물안개에서 여름이 밀려든다. 사철 마르는 일이 없는 싱그러움에 시선을 쉬이 떼기 힘들다.
콘크리트 길을 벗어나 걷고 싶은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무지개다리 아래로 돌길이 났다.
어디에나 스며드는 가을. 사철 푸른 나무 대신 담쟁이가 가을을 밝혔다.
절 위에 얹은 기와보다 높게 솟은 탑이 하늘까지 닿았다. 탑 꼭대기를 바라보는 일이 하늘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가득히 비워진 자리는 상상하기에 알맞은 터가 된다. 그래서, 이 너른 터에 무엇이 채워질까.
세상에 그리지 못할 곳은 없는 것 같다. 언제부터 우리는 도화지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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