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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이 벗겨져 얼룩덜룩한 탑 위로 담쟁이가 핏줄처럼 엉켜 기어오른다.
지나가다 문득 발길을 멈추고 돌아본다. 왜 하필 저 문일까? 왜 저 문을 열어두었을까?
가진 적 없는 기억들을 되짚어 나가는 동안에도 추억은 여전히, 꾸준히 쌓인다.
바쁜 세상 속에서 잊고 살아가는 것들이 있다. 국밥 한 술만큼이나 따뜻하게 채워지는 마음에 그리울 때가 되었을 것.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명당이 있을까. 놀랍고도 흐뭇한 마음.
가지보다 선명하고 나란한 가지들. 마음을 덧입혀 세운 풍경이니 당연한 일인 것일까.
얕은 물가 위를 보고 있자니 발바닥이 가렵다.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자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물가에서 도는 바람이 바람개비를 돌린다. 낭만의 재발견, 바람이 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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