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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전쟁 끝에 이곳을 차지한 건 무성한 풀과 바람뿐. 과거의 치열했던 흔적만 남아 전략의 요충이라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네.
두 물길이 하나로 합쳐지는, 그곳에 우뚝 선 작은 쉼터. 아름답게 복원된 옛 선비들의 정취가 고즈넉하다.
파도 소리를 듣고 자랐기 때문일까, 파도 따라 넘실대고 싶기 때문일까. 파도처럼 굽이치는 가지 끝에 바다를 닮은 초록이 피었다.
한 걸음씩 오르는 가을 길. 바닥에 뒹구는 빛깔들과 함께 데굴데굴 구르는 마음.
걸어나온 길이 끊겼을까, 아니면 걸어 들어가던 길이 끊겼을까. 길 위에서 길을, 어느 쪽에 물어야 할지 고민해 본다.
녹차가 씁쓸하면서도 싱그러운 이유는 안개를 머금었기 때문일까.
햇살이 차고 넘쳐 온몸 위로 곱게 부서지고 있다. 내 뒷모습도 나목들과 같을까.
화려하게 장식하고 귀하게 모셔야 진심인 것은 아니다. 자그맣게 밝혀진 귀퉁이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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