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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을 물러선 채 들여다보는 기억. 우스운 생각이 들다가도 어느 새 한없이 진지해지고 만다.
오랫동안 함께 있어 닮게 된 것일까. 숲과 같은 빛깔로, 숲이 흐른다.
가지런한 담장 사이로 푸른 것이 흐른다.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는, 묘한 긴장감.
절이 산 속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세상이 차단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세상 모든 소리가 여기에 있다.
돌계단을 딛고 올라 주위를 휘 돌아본다. 단지 그 행위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공원 한가운데에 떨어진 민중의 소리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 날의 설렘과 슬픔을 모두 간직한 검은 덩어리 하나가 쿵, 하고 박혀버렸다.
저 독이 채워질 때가 있었을까. 물방울과 공기가 담겨 더욱 고즈넉한 것일지도 모른다.
낮은 곳에 뚫린 터널의 끝이 빛으로 휩싸여 있다. 끝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 끝의 거리를 가늠할 수 없어 잠시 망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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