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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게나 놓여졌지만 머리 위에 이고 있는 것은 그리 다르지 않다. 뚜껑을 닫으며 내쉬었을 한숨과 세월의 먼지가 섞여 기다림이 되었다.
커다란 돌 하나를 들기 위해 몇 개의 손이 달라붙었을까. 돌을 든 사람의 수 만큼 인덕을 베푼 자였을까.
우리는 닿기 위해 수많은 문들과 길들을 지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눈에 익은 벽들과 몸에 익은 배려.
마치 돌이 피워내는 풀처럼 여기저기 이끼가 돋았다. 초록이 물들지 못하는 곳은 없나 보다.
디디고 선 자리가 출항 준비를 마쳤다. 날렵한 돛의 모양새를 보아하니, 꽤나 순조로운 항해가 될 터.
용맹함의 기준은 말의 쳐들린 앞발이 아니라 굳게 버티고 선 뒷발이 아닐까.
마당을 가로지르는 동안 숨죽인 풀들의 소리에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갈대가 흔들리기 쉬운 이유는 바람의 손을 닮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찌 불지 않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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